디지털 범죄에 눈돌린 사이… 아이 옆 감시는 느슨
남양주서 70대, 초등생에 접근
사흘 연속 범행시도 정황, 檢 송치
“과자 사준다” 전형적 인식 불구
유괴 예방 교육 상대적으로 부족
고령 가해자, 익숙한 방식 패턴도

경인일보 사회부가 최근 벌어진 사건·사고의 이면을 살펴 ‘사건 인사이드’로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격주로 찾아올 ‘사건 인사이드’에는 짧은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사안의 본질, 이후 이야기 그리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 전하겠습니다.
“간식 사줄게.”
사건은 지난 5월22일 남양주시에서 70대 남성 A씨(7월1일자 인터넷 보도)가 등교하던 초등학생에게 이 한마디를 건네면서 시작됐다. 그는 아이를 자신의 차에 태워 인근의 농막으로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부모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를 꿰뚫었다. 부모가 다급히 제지하자 A씨는 그대로 달아났고, 유괴는 ‘미수’라는 이름으로 가까스로 멈췄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양주남부경찰서는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주변 CCTV를 샅샅이 분석한 뒤 A씨를 검거했고, 조사 과정에서 여죄를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가 추가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특정 아동을 목표로 사흘 연속 접근했다. 그는 범행 전날과 전전날에도 같은 아이에게 접근하며 범행을 시도했다. 반복적인 접근과 이동 수단 확보, 사전 범행 시도 등은 단순 충동이 아닌 범행의 고의성과 계획성을 시사한다.
A씨의 범행 수법은 놀라울 정도로 ‘클래식’했다. “과자를 사주겠다”. 수십 년 전부터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가르칠 때 예시로 들던 전형적인 방식이다. 최근 서울 강남·대전·충남 아산 등지에서도 “음료수 사줄게”라는 말 등으로 아이를 유인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례가 잇달았다.
이런 낡은 범행 수법이 2025년의 첨단 사회에 등장한 이유는 역설적이다. 디지털 위협에는 강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된 아이들이 오히려 현실 속 낯선 어른의 친절에는 무방비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만 10세 전후의 아동은 아직 상황 판단이 상대적으로 미숙하고 낯선 어른의 친절에 쉽게 무장해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괴 예방 교육은 학교에서 한두 차례 실시되는 데 그치며, 실제 상황에 대한 참여형 시뮬레이션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교육은 ‘알리는 것’에 그치고 방어는 ‘운’에 기대게 되는 셈이다.
대검찰청 최신 통계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2023년 전체 약취·유인 범죄 중 58.5%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절반 이상의 비율로, 여전히 가장 취약한 연령대가 주된 범행 대상이 되고 있었다. 특히 유괴범의 연령층을 보면, 가장 높은 비율은 61세 이상(25.1%)이었으며, 31세~40세(23.4%)와 51세~60세(18.3%)가 그 뒤를 이었다.
범행 수법이 ‘고전적’ 방식인 이유는 범죄자의 익숙한 행동 패턴과 무관치 않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나 유인 범죄를 보면, 범죄자의 연령이 높은 경우일수록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사이버 기반 범행보다는 과거 자신이 익숙하게 봐왔던 방식, 즉 아날로그적인 접근 방식으로 범행을 시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아이를 구한 건 멀리서 지켜보던 부모의 ‘눈’이었다. 아무리 CCTV가 촘촘히 설치된 사회라 할지라도, 아동 안전의 최종 책임은 결국 어른들의 관심과 경계에 있다는 서늘한 사실을 일깨운다.
곽 교수는 “가해자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신체적으로 제압이 가능하고, 통제하기 쉬운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지만, ‘간식 사줄게’처럼 전통적인 유인 수법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의 검거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끝은 아니다. 제2, 제3의 A씨는 언제든 우리 아이들 곁을 스쳐 지나갈 수 있다. CCTV가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건 결국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회 전체의 촘촘한 안전망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