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산업화 초기부터
기술·인재 중요성 인식하고 접근
포스코·현대·삼성이 그렇게 성장
한국은 다시 기술혁신 변곡점 맞아
실질적 ‘산업 생태계’ 구축해야
오늘날 국제사회 산업 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세기 말부터 인류는 세차례 기술 혁명을 맞았다. 반도체의 발명은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IC)로 전자기기의 소형화와 고속화를 이끌었고, IT(정보기술) 혁명은 디지털 회로와 인터넷 플랫폼으로 정보화 사회를 이끌었다. 이어진 인공지능(AI) 혁명은 산업 자동화와 딥러닝 기술로 인간 세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제 이러한 과학기술은 제조, 유통, 금융, 의료, 교육 등 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어 국가는 ‘AI 시대의 적자생존’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IT, AI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의 핵심 무기가 되었고 AI의 고도화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그 기반인 반도체는 ‘산업 발전의 쌀이자 석유’와 같은 전략자원이다. AI가 교육, 의료, 금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가져오는 동안 반도체 산업은 국력의 지표가 되었고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력은 국가 안보 및 경제 성장의 척도가 되었다. 이 기술의 경쟁력은 국가 전체 산업 능력, 나아가 ‘주권’ 수준까지 좌우한다. 국제사회 주도권 경쟁이 자원, 과학기술과 경제력에 의해 변화했듯이 현재 국제사회는 과학과 산업이 국가 경쟁력이 되었다. 더 깊이 보면 인재, 과학기술, 산업과 상업화가 국가 발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초기부터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접근을 했다. 1960년대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 중심 산업화로 산업 기반을 다졌으며, 정부는 기계·조선·전자·철강 등 핵심 산업을 선정해 ‘공업 진흥법’을 제정하고 재정·금융·세제 지원을 했다. 동시에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생산력 향상에 매진했다. 예컨대 포스코, 현대, 삼성 등은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철강, 조선,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산업화의 성공은 인재 양성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대 과학기술에 기반한 산업화를 추진하며 전국적으로 공업고등학교를 설립했는데, 이는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실제 산업현장에 투입될 실무형 기술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이 바로 한국 산업현장의 주역으로 최선을 다한 국가 발전의 일꾼이었다. 이들의 장인정신으로 대한민국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고, 세계화의 역군인 ‘상사 맨’의 노력으로 세계에 ‘Made in Korea’를 알릴 수 있었다. 산업현장과 연계된 실용 교육은 기업의 기술 수요를 충족시키며 고등 교육을 받은 인재는 한국 제품의 국제화를 선도했다. 이들과 기업의 노력에는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정부도 있었다. 즉, 정부의 교육정책과 산업정책 그리고 관련 법과 제도는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반도체 산업과 IT, AI도 산업화와 비슷한 순환과정을 겪는다고 본다. 좋은 정책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혜안 있는 정책은 교육, 산업, 국제화와 연결되고 이것이 국력이 되어 경제와 안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시 한번 기술혁신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정부는 ‘실질적인 정책 입안·인재 양성·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 담당자들은 예산을 늘리고 법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과학기술과 산업화를 위해 철저한 책임 의식으로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으로 솔선수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산업 발전에 기술 독점과 관료주의, 고질적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는다. 이제는 합리적 규제 개혁을 통해 신기술의 빠른 도입과 산업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인재 교육도 사회의 현실에 맞게 사회와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여 실질적 인재 강국이 되어야 한다. 이제 과학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인재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대만 중앙연구원 방문학자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