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한달… 국힘 지지율 28.8% 곤두박질

친윤 주류 ‘생각보다 잘 싸웠다’ 자화자찬

당권 장악도… 진짜 보수, 놀아날 이유 없어

최소한 진짜와 가짜 사이 경계 세워야 할때

윤인수 주필
윤인수 주필

지난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대세였던 선거판이었다. 국민의힘은 심야 후보 교체 파동으로 선거 초반 캠페인을 날려먹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실패했다.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해 즉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 41.15%는 예상 밖의 선전이었다. 개혁신당 이 후보가 얻은 8.34%를 합산하면 이 대통령보다 0.07%p를 앞섰다. 물론 단순 합산의 오류다. 그렇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저지른 과오를 생각하면 과분한 지지였다. 보수 유권자들이 진영의 이념과 가치를 보전하려 수치심을 삭이며 안간힘을 쓴 덕분이었다.

대선 한 달 만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28.8%로 민주당 지지율 53.8%의 반토막이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민주당이 아득히 앞선다. 유일하게 대구·경북에서 3.3%포인트 앞설 뿐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60%를 돌파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 대선에서 눈을 질끈 감고 결집했던 건전 보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결과다.

대통령과 보수정당의 동반 몰락. 납득과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니 비판과 질책이 쇄도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때 진영을 초월한 정치평론가들이 국민의힘이 살 길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완벽한 절연이라고 합창했다. 실제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킨 비주류 세력들이 국민의힘에게 비상구를 열어주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을 제거해 비상구를 닫고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려 용산 대통령실로 달려갔고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를 외쳤다. 그 사람들이 후보 교체 쿠데타를 감행하다 실패했다. 당내 주류인 친윤세력과 TK그룹이 벌인 일이다.

자괴심과 수치심을 억누르고 안간힘을 다해 결집했던 보수 유권자들의 보수 재건 요청을 친윤 주류는 ‘생각보다 잘 싸웠다’는 자화자찬으로 퉁쳤다. 대신 당권을 장악했다. 새 원내대표 송언석은 TK 3선 중진인데, 얼굴이 낯설다. 제1야당 원내 간판으로 부족해 보이는데 당내 파워는 막강하다. 대선 간판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을 걷어차고 비대위원장을 겸직한다. 비대위원 전원이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에 나선 현역 의원들이고 탄핵에 반대했던 원외위원장들이다. 친윤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했다. 도구론이 파다했다. 여론 무마용으로 쓰이다 버려질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안 의원은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며 혁신의 메스를 들었다. 비주류 중진의 결기는 며칠 못 갔다.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을 주도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탈·출당 조치 요구 등 혁신안 전면 수용을 요구했지만 비대위가 거부했다. 혁신위 구성마저 비대위가 주도했다. 안 의원은 7일 혁신위원장을 걷어찼다. 반복된 경험은 법칙이 된다. 이준석, 한동훈, 김용태가 친윤 주류의 여론무마용으로 쓰이다가 폐기됐다.

전직 대통령과 국민의힘 친윤 주류의 만행과 기행이 대중의 정치 상식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메스 대신 칼로 당을 혁신하겠단다. 미안하지만 TK와 친윤 주류가 장악한 당내 권력의 선택이 우선이다. 차기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참패 면피용일 수 있다. 주류 중진들이 나설 가능성이 없다. 지방선거용으로 쓰다 버릴 카드면 족하다. 이런 판에 진짜 보수 정치인들이 놀아날 이유가 없다. 친윤과 TK 주류의 관심은 자신들의 정치적 장수다. 지지층이 무너져도 당이 망가져도 자신들만 건재하면 된다. 진보 정권은 유한하고, 다시 윤석열 같은 사람을 세워 정권의 주역이 되면 그만이다.

썩은 물에서 같이 뒹굴다간 진짜가 더 빨리 썩는다. 건전 보수가 사이비 보수의 도구로 쓰이다 오염돼 폐기되면 보수 부흥의 씨가 마른다. 보수 재건의 길을 국민의힘 밖에서 고민할 때가 됐다. 최소한 진짜와 가짜 사이에 경계는 세울 수 있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