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접견 7~8회·편지 200장

피해 기사들 증거 모아 고소장

사건 8개월후 대리점 소장 구속

“수사기관 ‘물증이 없다’는 말만”

지난해 10월4일 오전 4시55분께 화성시 팔탄면의 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에 주차돼 있던 택배 차량에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됐다. /D씨 제공
지난해 10월4일 오전 4시55분께 화성시 팔탄면의 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에 주차돼 있던 택배 차량에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됐다. /D씨 제공

‘화성 택배차 방화사건’ 관련 대리점 소장이 방화를 지시하고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된 가운데,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들이 제기한 배후 의혹을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직접 교도소에 수감된 방화범과 수차례 접견하며 모은 증거로 만든 고소장을 접수한 뒤에야 수사에 돌입, 결국 사건 8개월이 지난 뒤늦은 시점에 대리점 소장을 구속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화성서부경찰서는 지난달 17일 30대 여성 A씨를 살인미수교사, 살인예비, 일반자동차방화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화성시의 한 택배 대리점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10월 4일 지인인 30대 B씨를 시켜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C씨의 택배 차량에 불을 지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택배업체 관계자 30대 D씨를 살해할 것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실제 B씨는 지난해 7월 D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가격하고, 두 달 뒤 그의 부모님이 거주하는 전북 무주를 찾아가 승용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30대 여성 A씨를 살인미수교사 등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기소했다.

A씨의 범행이 밝혀진 건 피해자들이 나서서 구치소에 있던 B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B씨의 편지에는 ‘(C씨의)이사하기 전 아파트, 차량(번호), 화물차량 출퇴근 시간, 배송 노선, (C씨의)부모가 사는 아파트 단지까지 모두 A씨가 알려줬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C씨는 B씨와 7~8차례 접견을 하는가 하면 총 200여장에 달하는 편지를 주고 받았고, 이를 토대로 피해자들은 고소장을 냈다.

당초 피해자들은 해당 사건의 배후로 A씨를 지목해왔다.(2024년 10월31일자 7면 보도) B씨는 C씨와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던 데다, 본인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대리점 소장 A씨의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A씨와 과거 동업 관계인 D씨 역시 A씨와 수억원에 달하는 금전 문제로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화성 택배차 방화 사건’ 30대 검찰 송치… 피해자는 배후 의심

‘화성 택배차 방화 사건’ 30대 검찰 송치… 피해자는 배후 의심

30대 남성 A씨를 이날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4시55분께 화성시 팔탄면의 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 인근 공터에 주차된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 설명과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사건 당일 불상의 남성 1명은 차량에 불이 붙기 1시간30분 전부터 자신의 차량으로 택배차량 주변을 여러차례 오가며 방화를 시도했다. 이후 오전 4시49분께 불이 붙은 물체를 차량 안에 넣은 뒤 자신의 차를 타고 달아났고, 5분여 뒤 발화한 택배차량은 전소됐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A씨의 차량을 특정한 뒤 동선을 추적한 끝에 지난 23일 오후 6시께 그를 안양 소재 주거지 앞에서 긴급체포했다. 다만 A씨는 경찰에 “당시 현장을 찾았지만 불을 내진 않았다"며 방화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경찰은 A씨 진술과 별개로 영상과 현장 증거자료 등으로 A씨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고 이날 오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수사가 사실상 A씨 단독범행으로 결론나자 방화 피해자 B씨는 배후에 공범이 있을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B씨는 “일하는 대리점 앞에서 사건이 발생했고, 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불을 낼 이유가 있느냐"며 “(나와) 연관된 누군가가 엮여 있을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5677

피해 기사 C씨는 “증거를 찾아내는 게 수사기관의 일임에도 물증이 없다는 말만 들었었다”면서 “방화범이 자백한다고 했을 때도 증거가 불충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 앞선 사건들에 관한 것까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출근 전 접견을 반복했다”고 했다. D씨 역시 “두 번째 방화사건 이후 B씨가 A씨의 지인인 걸 알고, 경찰에 피해 내용을 추가로 진술했으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수사 과정에서 CCTV 화면 등으로 비교적 혐의가 분명함에도 끝까지 방화 사실 자체를 부인했었다”면서 “일면식이 없는 사람의 차에 불을 질렀다는 점에서 배후가 의심됐고, A씨 상대로 조사도 했지만 당시엔 범죄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과정에서야 B씨가 범행을 자백해 이를 새로운 증거 삼아 수사에 나섰고 한 달만에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덧붙여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 전에 첩보를 통해 B씨의 배후 자백 사실을 알게 돼 수사 접견일을 지정받아 대기하는 등 수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