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없이 14년 떠도는 ‘골든타임 지킴이’

 

구의회 ‘주민 수용성 부족’ 반대

임시 계류지 7차례나 옮겨 다녀

전국서 인천·경기만 ‘전용’ 없어

지역 정치권 뒷짐에 市는 소극적

지난 2011년,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도입했다. 닥터헬기는 14년째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하늘을 날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닥터헬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집’을 가져본 적이 없다.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 없이 눈과 비, 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임시 계류지를 전전하며 운용되고 있다. 전국 8개 권역 중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를 갖추지 못한 곳은 인천과 경기뿐이다. 인천보다 늦게 헬기를 도입한 지역 대부분은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를 마련했다. 닥터헬기가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하루빨리 안정적인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년째 이어진 닥터헬기의 집 없는 사연은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 주민 반대가 거셌다. 그중에서도 소음 민원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최근까지도 인천시가 부지를 확보하려다 기초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지연됐다. 구의회가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주민 수용성 부족’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민원보다 정치력과 행정력의 부재라는 지적이 많다. 갈등을 조율해야 할 정치권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공공의료 현안임에도, 지역 정치권은 소음을 둘러싼 민원을 이유로 조율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쟁에는 적극적이었다. 최근 남동구의회와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를 향한 공방을 벌였다.

인천시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정식 닥터헬기 계류장과 격납고 없이 14년째 임시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지역 주민의 우려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닥터헬기는 14년 동안 무려 7차례나 임시 계류지를 옮겨 다녀야 했다. 2011년 9월 옛 인천시청 운동장에서 시작해 그해 10월 문학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 11월에는 다시 인천시청으로 이전했다. 이후 2013년 6월 김포공항으로, 같은 해 7월 남촌 계류장, 2014년 1월 다시 김포공항을 거쳐, 2017년 1월부터는 현재 위치인 부평구 일신동 505항공대대에서 ‘더부살이’ 중이다.

닥터헬기는 언제든지 이륙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식 계류장과 격납고 없이 노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운영되다 보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직 조종사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은 인천시의 도시 품격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닥터헬기를 임시 계류장과 임시 격납고에서 운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인천이 유일하다. 경기도도 조만간 전용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홍원표 현장이송팀장은 “닥터헬기 도입 이후 소음 관련 민원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그 소음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며 “닥터헬기를 이용해야 할 응급환자가 나 자신이 될 수도,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민들께서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표 참조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