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고양시 연세대 야구장에서 금릉중학교와 베트남 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열렸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5일 고양시 연세대 야구장에서 금릉중학교와 베트남 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열렸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과거 고교 야구부에서 감독과 코치, 선수로 동고동락했던 사제지간의 세 지도자가 오랜만에 해후했다. 야구 불모지 베트남에서 고군분투 중인 옛 스승을 위해 제자들은 선뜻 야구용품 기부에 나서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효철 베트남 야구 대표팀 감독과 이동진 의왕부곡초 야구부 감독, 손동욱 금릉중 야구부 감독. 이들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 사람은 당시 부천고 야구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박 감독과 이 감독이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를 맡았고, 손 감독은 당시 촉망받는 선수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사람사는 이야기] 야구부 감독·코치 한솥밥 '사제지간'… 박효철·이동진 감독 '새로운 도전장'

[사람사는 이야기] 야구부 감독·코치 한솥밥 '사제지간'… 박효철·이동진 감독 '새로운 도전장'

야구 꿈나무들의 메달 도전에 나서게 됐다.화제의 주인공은 박효철 베트남 야구대표팀 초대 감독과 제6회 세계유소년야구대회(U-12) 대표팀 감독을 맡은 이동진 의왕부곡초 야구부 감독.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프로무대를 떠난 박 감독은 1998년부터 서울 둔촌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이때 프로선수였던 이 감독을 처음 만났다. 1996년 LG트윈스에 2차 지명을 받으며 촉망받는 내야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허리 부상에 발목이 잡혀 선수생활에 고민이 깊었던 이 감독은 박 감독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 감독은 "당시 부상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박 감독님을 만나 지도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건 결국 다 스승님 덕분"이라고 말했다.서울 둔촌초·부천고서 지도자 호흡박 "야구 불모지에 보급하고 싶어"이 "태극기 달고 출전 개인적 영광"두 사람은 둔촌초에 이어 2005년부터 부천고에서도 감독과 수석코치로 한 차례 더 호흡을 맞췄다. 박 감독은 이후 2007년 의왕부곡초 야구부 감독직 제의를 받았으나 개인 사정으로 미국으로 떠나야 했고 대신 이 감독에게 자리를 넘겼다. 박 감독은 "당시 부곡초 선수가 4~5명에 불과해 너무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런 상황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이 감독뿐이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그런 팀을 16년째 맡아오면서 야구 명문 학교로 우뚝 서게 만들었고 대표팀 감독까지 되지 않았나. 그게 바로 이 감독의 지도력"이라고 치켜세웠다.앞서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유소년 국가대표 코치를 경험한 이 감독은 이번엔 대표팀 감독으로 당당히 선발돼 지휘봉을 잡고 오는 7월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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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철 베트남 야구 대표팀 감독.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박효철 베트남 야구 대표팀 감독.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오랜 기간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 활약했던 박 감독은 3년 전 베트남으로 떠났다. 자신이 평생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야구를 베트남에도 보급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것. 야구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은 타국에서 야구를 뿌리내리는 일은 순탄치 않았으나 박 감독은 베트남행을 결심했던 당시의 각오를 되새기며 3년간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야구공을 처음 만져보는 선수들을 이끌고 야구장도 없어 매번 축구장을 빌려 훈련을 거듭하는 열악한 환경이 이어졌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의 열정과 미소에 힘을 얻으며 꿋꿋이 이겨냈다.

이런 박 감독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야구는 공과 배트, 글러브 등 많은 소모품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 야구 불모지인 현지에선 장비 조달 자체가 불가능해 해외 직구 방식을 택해야 했지만 만만치 않은 배송비 문제로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동진 의왕부곡초 감독과 손동욱 금릉중 감독, 맹일혁 백마초 감독은 5일 박효철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에 야구공을 기부했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이동진 의왕부곡초 감독과 손동욱 금릉중 감독, 맹일혁 백마초 감독은 5일 박효철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에 야구공을 기부했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이에 제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한체육회가 주최·주관한 ‘개도국 선수 초청 합동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박 감독이 이 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1일 한국에 입국했다. 옛 스승의 한국 방문에 맞춰 제자들은 대량의 야구공을 준비해 박 감독에게 선물했다. 맹일혁 백마초 야구부 감독도 이들의 뜻에 공감해 야구공 기부에 동참했다.

지난 5일에는 고양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야구장에서 손 감독이 이끄는 금릉중 야구부와 베트남 대표팀 간 친선경기도 열렸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사제지간 사령탑 간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며 명승부를 연출했고, 양 팀 선수들 역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우정을 과시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5일 고양시 연세대 야구장에서 금릉중학교와 베트남 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열렸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5일 고양시 연세대 야구장에서 금릉중학교와 베트남 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열렸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언어는 다르지만 금릉중 선수들과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은 야구라는 공감대를 통해 우정을 나눴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언어는 다르지만 금릉중 선수들과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은 야구라는 공감대를 통해 우정을 나눴다.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박 감독은 “감독과 코치로 만났지만 이제는 오랜 벗이나 다름 없는 이동진 감독과 이젠 늠름한 지도자로 성장한 손동욱 감독이 이렇게 도움을 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맹일혁 감독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베트남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선수들 실력이 많이 향상됐고 무엇보다 야구를 좋아하고 즐겁게 야구를 한다는 게 값진 소득”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이날 친선경기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과거 추억담을 안주 삼아 오랜 시간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동진 감독은 “박효철 감독님은 늘상 도전의 길을 걸으셨던 분이고 그런 점이 후배들에게 늘 귀감이 됐다”며 “지금의 이 도전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감독님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박효철 베트남 야구대표팀 감독, 맹일혁 백마초 야구부 감독, 루옌티홍 베트남야구소프트볼연맹 사무총장, 쩐득프안 베트남야구소프트볼연맹 회장, 손동욱 금릉중 야구부 감독, 이동진 의왕부곡초 야구부 감독.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왼쪽부터)박효철 베트남 야구대표팀 감독, 맹일혁 백마초 야구부 감독, 루옌티홍 베트남야구소프트볼연맹 사무총장, 쩐득프안 베트남야구소프트볼연맹 회장, 손동욱 금릉중 야구부 감독, 이동진 의왕부곡초 야구부 감독. 2025.7.5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