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고교 야구부에서 감독과 코치, 선수로 동고동락했던 사제지간의 세 지도자가 오랜만에 해후했다. 야구 불모지 베트남에서 고군분투 중인 옛 스승을 위해 제자들은 선뜻 야구용품 기부에 나서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효철 베트남 야구 대표팀 감독과 이동진 의왕부곡초 야구부 감독, 손동욱 금릉중 야구부 감독. 이들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 사람은 당시 부천고 야구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박 감독과 이 감독이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를 맡았고, 손 감독은 당시 촉망받는 선수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오랜 기간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로 활약했던 박 감독은 3년 전 베트남으로 떠났다. 자신이 평생 최우선 가치로 삼아온 야구를 베트남에도 보급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것. 야구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은 타국에서 야구를 뿌리내리는 일은 순탄치 않았으나 박 감독은 베트남행을 결심했던 당시의 각오를 되새기며 3년간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야구공을 처음 만져보는 선수들을 이끌고 야구장도 없어 매번 축구장을 빌려 훈련을 거듭하는 열악한 환경이 이어졌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의 열정과 미소에 힘을 얻으며 꿋꿋이 이겨냈다.
이런 박 감독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야구는 공과 배트, 글러브 등 많은 소모품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것. 야구 불모지인 현지에선 장비 조달 자체가 불가능해 해외 직구 방식을 택해야 했지만 만만치 않은 배송비 문제로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에 제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한체육회가 주최·주관한 ‘개도국 선수 초청 합동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박 감독이 이 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1일 한국에 입국했다. 옛 스승의 한국 방문에 맞춰 제자들은 대량의 야구공을 준비해 박 감독에게 선물했다. 맹일혁 백마초 야구부 감독도 이들의 뜻에 공감해 야구공 기부에 동참했다.
지난 5일에는 고양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야구장에서 손 감독이 이끄는 금릉중 야구부와 베트남 대표팀 간 친선경기도 열렸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사제지간 사령탑 간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며 명승부를 연출했고, 양 팀 선수들 역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우정을 과시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박 감독은 “감독과 코치로 만났지만 이제는 오랜 벗이나 다름 없는 이동진 감독과 이젠 늠름한 지도자로 성장한 손동욱 감독이 이렇게 도움을 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맹일혁 감독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베트남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선수들 실력이 많이 향상됐고 무엇보다 야구를 좋아하고 즐겁게 야구를 한다는 게 값진 소득”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은 이날 친선경기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과거 추억담을 안주 삼아 오랜 시간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동진 감독은 “박효철 감독님은 늘상 도전의 길을 걸으셨던 분이고 그런 점이 후배들에게 늘 귀감이 됐다”며 “지금의 이 도전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감독님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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