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실행력으로 명문대 진학시킨
일타맘들의 입시 컨설팅 TV 방송
영유아 사교육시장 ‘4세 고시’ 등장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나라에서…
버젓이 연출한 예능 프로에 분노
TV 프로그램 ‘일타맘’에는 자녀를 펜실베이니아대학에 입학시킨, 외고를 거쳐 연세대에 진학시킨,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에 형제를 입학시킨, 삼남매를 모두 서울대에 진학시킨 엄마들이 패널로 등장한다. MC는 세 자녀를 모두 영어학원 유치부에 보내고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주 10개의 사교육을 시키는 교육비로 월 3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엄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일타강사처럼 엄마의 정보력과 실행력으로 자녀를 명문대, 의대, 아이비리그 등의 대학에 진학시킨 일타맘들의 입시 컨설팅 방송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대치동, 분당 등 교육특구 내 수학, 영어, 논술, 과학, 예체능 등 과목별 전문학원에 자녀를 등록시켜 주당 7~10개 이상의 학원을 보내며 월 200만~400만원대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여름방학 등 특정기간에는 1천만원대까지도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극소수의 특권층이다.
‘7세고시’란 말은 2010년 경 일부 교육특구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2022년 대치동 유명 영어학원 입학시험 대비를 위한 영어교재 홍보기사를 통해 언론에 처음 등장했다. 높은 난이도로 극심한 경쟁을 상징하는, 어렵고 치열한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작문을 대비하려면 바로 이 교재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7세고시가 이용됐다. 2023년부터 7세고시는 과도한 조기 경쟁 사교육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7세를 넘어 ‘4세고시’도 이즈음 등장했다. 7세고시를 위해 알파벳 대소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지, 간단한 영어회화 등을 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학원시험이 4세 수준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2025년 2월, 한 지상파 방송에서 5~6세 유아들이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고난도 시험을 치르는 실태를 고발하면서 7세고시, 4세고시는 대중적 공분을 샀다. 2025년 3월 ‘아동학대 7세고시 1만인 국민고발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열렸고, 4월 7세고시를 아동학대로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됐다. 교육부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저연령화와 4세고시 실태를 처음으로 공식 조사했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과도한 조기 사교육으로부터 유아를 보호하고 아동의 놀권리, 건강권, 발달권 등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영유아 인권보장 4법 개정’ 및 ‘초등의대반 방지법(선행교육규제법 개정)’ 등의 법률 개정을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초등의대방지법은 기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규제법)’의 한계를 보완해 사교육 시장의 불법적인 선행학습을 실질적으로 막기 위한 안이다.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의 선행 상품 규제, 불안 조장 광고 금지 및 위반 학원에 대한 처벌강화, 시민 감시 활성화를 위한 신고포상금제 등이 주 내용이다.
2025년 2월 ‘학원 간다던 중학생 아파트 옥상서 극단적 선택’, 6월 ‘예술고 학생 3명 동반 사망’, 7월 ‘상가 건물에서 10대 극단적 선택 및 행인 사상’ 등 청소년 자살은 세계 최고를 넘어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4세고시, 7세고시, 초등의대반 같은 과도한 조기 사교육 문제는 더 이상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로서의 자율 규제는 실패했고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성장하는 실패한 시장의 세계에서, 법형식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책임 있는 선택으로서의 사회적 기준은 이제 불가피한 것이다.
프로그램 ‘일타맘’에서는 국제중학교를 준비하며 공부에 지친 자녀를 둔 엄마에게 선배 일타맘이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며 부모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태도가 다소 변한 엄마에게 아이는 “진심으로 대해주는 엄마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타맘과 4세고시의 세계에서, 4세고시를 근절해 아동의 놀권리와 아동인권을 되찾기 위해 규탄운동을 해야 하는 세계에서, 무엇보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의 나라에서, 이런 장면을 버젓이 연출하는 이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분노를 어찌하지 못하겠다.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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