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내각 인선 국회의원 반 가까이 포진
총리·국무위원 겸직은 예외 법적 하자없어
“사적 인사” “선거용” 비난은 논리 맞지않아
일단 좀 더 지켜본뒤 비판해도 늦지 않을 것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다른 권력운용원리를 갖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입법과 행정의 관계이다. 내각제는 내각과 입법부가 융합되어 있는 제도로 입법과 행정의 상호견제보다는 융합을 그 특징으로 한다. 대통령제는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나 여대야소에 관계 없이 안정되게 국정을 운용하라는 의미로 설계되어 있다. 대통령제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본래 몽테스키외의 이론에 연유한다. 그러나 그가 ‘법의 정신’에서 말하는 삼권은 입법권, 대외문제를 관장하는 집행권력, 시민권을 다루는 집행권력을 말하고 이들 간의 견제를 강조하지만 여기에 사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와 삼권분립의 원리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견제와 균형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와 로마의 정치체제에 기원을 두고 있다. 군주와 귀족, 평민 간의 견제와 균형이 구현된 것이 로마의 공화정이라 할 수 있다. 삼권분립은 이런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미국에 맞게 변용한 원리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미국의 헌정 체제는 한 부서가 다른 두 부서로부터 견제받는 동시에 다른 두 부서를 견제하는 상호성의 제도화를 특징으로 한다.(최장집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한국어판 해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통령제라고는 하지만 국무총리제도를 갖고 있는 것도 미국의 순수대통령제와는 다르다.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국무총리가 갖고 있는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역시 내각제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적 정당성을 상징하는 대통령 직선제는 전형적인 대통령제 그 자체이다. 반면 당정협의라는 독특한 관행은 내각제적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국의 대통령제는 혼합 대통령제라고 부르듯이 대통령제와 내각제적 요소가 버무려져 있는 제도이다.
이재명 정부의 초기 내각 인선에 국회의원이 거의 반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포진됐다. 이를 두고 야당이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나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 우선 법적 하자가 없다. 우리는 외관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의회의 일각인 당과 정부가 당정협의를 갖고 당·정·대(대통령실) 관계라는 특수한 권력운용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입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헌법 제43조에서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한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되어 있고, 국회법 제29조에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여당 의원의 다수 입각을 ‘사적 인사’나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은 논리의 비약이다. 역대 정권 모두 의원의 입각은 늘 있어 왔다. 집권당과 행정부와의 조율이 당정협의라는 공식화된 창구로 기능하는 지금의 권력운용행태에서 볼 때 내각에 다수 의원이 포진한 것을 두고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비난하고, 호들갑 떠는 것은 사리와 논리에 맞지 않는 과잉대응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단 기본적으로 대통령제를 골간으로 하고 있는 제도적 설계에서 의원들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당위론은 살아있는 원리이므로 입법과 행정의 융합인 국회의원의 입각이 과할 정도로 많아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일단 새 정부 출범 후 좀 더 지켜보고 비판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물론 비판하고 반대하는 정당이 야당이다. 그래서 영어에서 야당을 opposition party(반대하는 당)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조건적 비난은 비판으로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밀월기간이라는 것도 있다. 여당도 협치와 소통의 정치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야당에 포용과 양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며, 야당 역시 기존의 무조건적 반대의 구태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 권위있는 비판과 정권 견제를 위해서는 탄핵 반대당의 오명을 벗어남으로써 권위있는 야당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지금 보수야당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한 김용태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 이를 함축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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