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항목 19개, 배송뒤 직접 체크
“점검방법 몰라… 그냥 양호 기록”
사고시 책임 떠넘기기 우려 제기
경기도 내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는 유모(50)씨는 우편물을 배송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일 배송을 마친 뒤 오토바이를 직접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 씨가 받아든 차량 점검 매뉴얼에는 차량 전문 지식이 필요한 항목들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일반 운전자도 가능한 점검이면 충분히 하겠는데, 오토바이 전문 부품 상태가 적절한 지 집배원들이 어떻게 아느냐”고 토로했다.
우편 배송 오토바이 점검을 떠맡은 우체국 집배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전 점검 부담을 집배원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인지방우정청 등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배송용 오토바이 안전 항목 19개를 집배원들이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우편물 배송을 마친 뒤 우체국 내부 전산 체크리스트에 양호부터 미흡까지 직접 기록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집배원들이 점검할 수 없는 전문 항목들이 매뉴얼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매뉴얼에는 디스크 브레이크 패드, 드럼, 브레이크 슈 등을 점검하는 항목들이 들어가 있다.
오토바이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항목들이지만, 점검 방법을 안내하는 현장 교육도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집배원들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집배원들은 점검 방법을 모르는 항목들은 ‘양호’에 체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도내 소재 우체국 집배원 김모(47)씨는 “배송을 마치고 우체국으로 돌아와서도 해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하나하나 뜯어볼 시간이 없다”며 “사고가 났을 때 평소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집배원들에게 책임을 안길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인지방우정청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올해 1월 일부 항목은 정비소 점검으로 조정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 집배원들의 의견을 꾸준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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