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확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탈북민들이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원에서 30대 탈북민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하기도 했다. 탈북민들은 정착 과정에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필로폰’은 북한에서 약처럼 쓰이다 보니 경계심이 느슨한 탓이 크다.
북한에서 마약이 널리 퍼진 이유 중 하나는 취약한 의료시스템이다. 국내에서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은 북한에선 ‘빙두(氷毒, 얼음독)’, ‘얼음’으로 통한다. 북한 주민들은 감기 증세만 있어도 손쉽게 필로폰을 찾는다. 필로폰을 기초의약품 대용으로 일상에서 공공연하게 복용하는 것이다. 이미 북한에서 마약을 경험한 탈북민들은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탈북민 범죄의 상당 부분을 마약 관련 범죄가 차지한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 교정시설 내 탈북민 174명 중 60명(34%)이 마약류 범죄로 수감되어 있다. 전체 탈북민 수용자 3명 중 1명이 마약사범인 셈이다.
통일부의 ‘연간 북한이탈주민 입국 인원 현황’을 보면, 북한이탈주민 입국 인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천명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북·중 국경이 통제되면서 2021~2022년 100명 이하로 급감했지만, 2023년 반등하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236명을 포함해 누적 인원은 남성 9천568명, 여성 2만4천746명 등 총 3만4천314명에 달한다. 이렇듯 국내에 정착하는 탈북민 수가 늘어나는 데다 마약범죄 증가세도 뚜렷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탈북민들은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12주 동안 400시간의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 마약류 준법교육 등 관련 교육에 5~6시간이 배정돼있지만,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다 보니 한계가 있다. 하나원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탈북민들의 정서안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탈북민의 마약 문제는 개인의 일탈로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약물 오사용 환경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단시간 일회성을 탈피해 정기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마약사범은 별도로 관리하고 주기적인 점검도 시급하다. 탈북민들이 마약의 늪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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