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경기도에서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도시개발을 취재할 일이 많다. 수도 서울을 안고 있는 경기도는 인구분산, 산업개발 면에서 흘러넘치는 달걀 노른자를 품어주기 좋은 흰자라, 개발이 늘 이슈에 있어서다.

대부분 다 잊었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취재가 있다. 스스로 도시의 운명을 개척했던 선구적 이야기다. 판교개발은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베드타운 분당신도시의 한계를 여실히 체감했던 경기도가 판교에 벤처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고집부리면서 정부와 갈등을 겪었다. ‘100만평을 달라, 10만평도 겨우 준다’식의 엎치락 뒤치락 속에 결국 20만평을 확보해 판교에 테크노밸리가 개발됐다.

당시만 해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 IT 산업이 가당키나 하냐며 반신반의했지만 판교는 보란듯이 성공했다. 그 성공의 바탕에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한 경기도가 정권의 부침에도 판교의 운명을 바꾸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개발의 단초를 만든 건 민주당 계열 경기도정이었다. 이후 국민의힘 계열 경기도정이 연이어 들어섰지만 판교의 운명은 변함없었다. 지역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충분했기에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엔진이 경기도의, 성남의, 판교로 불리는 건 그런 배경에서다.

오산을 담당하며 세교3지구를 바라보니, 도시의 운명이란 참 가혹하다. 2011년 사업성이 없다며 정부가 지구지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1, 2지구만 개발된 세교신도시는 여전히 기형이라 불린다. 오산시가 이리(국토교통부) 뛰고 저리(LH) 뛰며 설득한 끝에 2023년 국토부 신규공급대상지로 선정돼 다시 개발의 물꼬를 겨우 텄다. 그런데 최근, 정권이 바뀌며 불안의 목소리들이 또 여기저기서 나온다. 오산에서 만난 사람들 중 세교3지구 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당이 달라도 세교3지구에 대해선 혹시라도 개발이 무산될까 노심초사했다.

인구 26만명, 경기도의 작은 도시가 성장의 씨앗을 들고 동분서주한다. 다시금 생각한다. 도시의 운명은 누가 결정하는가.

/공지영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