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노마의 순수한 시선으로 본
인천 부둣가 빈민촌 하층민들 삶
특히 중장년층 관객들 심금 울려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인천팀 작품
본선 경연 25일까지 이어져…27일 시상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인천’의 본선 경연에서 인천시 대표로 출전한 극단 한무대의 연극 ‘남생이’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 관객 중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연극 ‘남생이’는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 청라블루노바홀에서 공연됐다. 인천에서 개최된 대한민국연극제의 인천시 대표 극단의 공연인 만큼 시민들과 지역 연극계 관심도 쏠렸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이자 1930년대 인천항 일대가 배경인 현덕(1909~?)의 동명 단편 소설(1938년)을 원작으로 삼았다. 인천 부둣가 빈민촌의 거친 삶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노마의 시선으로 비극성을 더한 것이 원작 소설의 특징이라면, 연극은 ‘오빠는 풍각쟁이야’ 같은 옛 대중가요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조금은 더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재구성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농촌에서 이주한 소작농 출신 노마 아버지는 부두 하역 노동자로 일하다 폐결핵으로 몸져누웠다.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노마 어머니는 부두에서 남성들을 상대로 속칭 ‘들병장수’(술 장사)를 한다. 노마 아버지는 아내가 들병장수를 하지 않도록 집에서 인천 성냥공장의 성냥갑을 붙이는 일을 해보기도 하지만, 제 몸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는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비참한 삶만 더욱 부각될 뿐이다.
원작 소설의 도입부에선 노마네 가족이 사는 빈민촌을 이렇게 묘사했다.
“호두형으로 조그만 항구 한쪽 끝을 향해 머리를 들고 앉은 언덕, 그 서남면 일대는 물매가 밋밋한 비탈을 감아 내리며, 거적문 토담집이 악착스럽게 닥지닥지 붙었다. 거의 방 하나에 부엌이 한 칸, 마당이랄 것이 곧 길이 되고 대문이자 방문이다. 개미집 같은 길이 이리 굽고 저리 굽은 군데군데 꺼먼 잿더미가 쌓이고, 무시로 매캐한 가루를 날린다.” (현덕 ‘남생이’ 중에서)
연극의 무대는 뼈대만 있는 노마네 집과 선창으로 가는 구불구불 좁은 길, 노마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버드나무 등으로 간결하게 구성했다. 그래서 인물들의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노마 어머니와 내연 관계인 털보, 이 둘 사이를 질투하며 이야기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바가지, 노마 아버지에게 영물(靈物)의 상징 ‘남생이’를 주는 영이 할머니 등 소설 속 캐릭터들이 무대에 올라 당시 하층민들의 삶을 생생히 재현한다.
이 작품을 관람하며 눈물을 훔친 중장년층 관객들은 시대를 막론한 서민들의 애환을 극 중에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버드나무에 오르는 데 성공하는 노마의 성장담에선 질긴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 ‘노마’란 이름은 우리나라 다른 동화 작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놈아’ ‘저놈아’에서 따온 이름으로, 서민의 자녀를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어린 김하랑 배우가 노마 역을 맡아 순수하면서도 담담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표현력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진윤영(한무대 대표) 작가가 극을 쓰고, 최종욱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노마 아버지 서웅호, 노마 어머니 임헌주, 털보 방용원, 바가지 손인찬, 영이 할머니 오민휘, 영이 홍연아 등 배역을 맡았다.
‘남생이’는 올해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에 오른 16개 시도 대표 극단 작품 가운데 하나다. 본선은 오는 25일까지 인천 4개 공연장에서 이어진다. 시상식은 27일 서구문화회관에서 폐막식과 함께 열린다. 연극제는 본선 경연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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