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30만원 쪼개 생활, 공공임대 못 들어가”

 

비닐하우스 부지, 신도시 지구 편입

주거용 건축 불법, GH 철조망 설치

임대료·관리비 부담 임대주택 난색

복구 부진… 물·전기 끊겨 ‘호롱불’

지난 3월에 화재가 발생한 꿀벌마을이 과천시 3기 신도시 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개발과 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3일 과천시 꿀벌마을 일대에 개발행위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7.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3월에 화재가 발생한 꿀벌마을이 과천시 3기 신도시 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개발과 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3일 과천시 꿀벌마을 일대에 개발행위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025.7.1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최근 찾은 과천시 과천동 꿀벌마을. 한때 마을을 가득 채웠던 비닐하우스들은 온데간데 없고 텅 빈 땅과 주변을 빙 두른 가시 철조망이 보였다. 철조망 너머로 ‘본 토지는 과천과천 공공주택사업 시행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 소유 토지로, 허가 없이 출입하거나 시설물 등을 훼손할 경우 민형사 법적 조치 예정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앞서 지난 3월 22일 이곳에 불이 나면서 비닐하우스 22개동(주거용 17개동)이 전소했고, 56가구 이재민 90여명이 발생했다. 임대주택으로 대피한 8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48가구는 화재 후 마을회관과 경로당, 빈 비닐하우스를 전전했다.

석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은 이재민에서 철거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꿀벌마을은 과천시 3기 신도시 개발지구에 포함돼 올해 말부터 본격 개발과 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비닐하우스를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주거권을 지킬 방법도 없다.

이재민 홍승순(62)씨는 “떠돌이 생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잿더미를 직접 치운 뒤 새로 비닐하우스를 세우려고 철골을 세웠다”며 “그러자 땅 위에 철조망을 두르더니 감시 CCTV까지 설치하고 갔다”고 토로했다.

GH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과천 공공주택 재개발 지구로 편입됐으며 현재 법적으로 GH 사유지”라면서 “더 이상 불법 건축물인 주거용 비닐하우스를 지어선 안 된다고 주민들을 상대로 수차례 계도했지만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철조망을 두르게 된 배경을 전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비주택 거주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다 나은 환경에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거 사다리’를 탈 여력이 없다고 자조했다.

꿀벌마을 주민 A씨는 “주택 보증금 지원 기준 금액의 5%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LH에서 지원한다고 안내를 받았고, 좋은 혜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살면 주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곳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도 입주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홍씨는 “26㎡(8평)짜리 임대주택의 매달 임대료만 23만원이고 관리비 10여만원은 별도”라며 “마을에 사는 노인들은 연금 30만원을 쪼개서 병원비로 쓰고 있는데, 연금을 전부 주거 비용으로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민 황모(64)씨는 비닐하우스에서 호롱불을 켠 채 생활하고 있다. 불이 나면서 물과 전기가 모두 끊긴 지 세달이 지났지만, 복구가 지지부진해서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에어컨과 선풍기가 작동하지 않아 열기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황씨는 “이제는 이 동네에서 나가라는 뜻으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도 과천 시민인데 비닐하우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내쳐지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