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덕목으로 꼽히는 ‘청렴’

능력 충만해도 갈무리하지 못하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화 불러

새 정부 각료 인사청문 본격 시작

만사휴의 아닌 만사형통이 되길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공직자의 으뜸 덕목으로 청렴을 꼽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기 때문이겠다. 조선의 재상 이원익은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지 생각했다”고 했다. 선조 광해군 인조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그이다. 줄곧 권력 핵심에 있었지만 물러났을 때는 초가집 한 채뿐이었다. 그나마도 비가 내리면 줄줄 샜다. 이에 인조가 새 집을 지어 하사한다. 효종은 사당을 짓고 충현서원 현판을 내리기도 했지만 후에 서원은 철거된다. 광명시 소하동 집터에 관감당(觀感堂)이 세워졌다. 청백리의 삶을 ‘보고 느낀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도 “궤 속의 옥(玉)은 공인이라도 알 수 없다. 군자는 비단옷 위에 홑옷을 껴입는다”고 기렸다. 목민심서를 관통하는 단어가 바로 공렴(公廉)이다. 공정과 청렴인데,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선물이 특히 그렇다. 누구는 “박절하게 거절할 수 없다”고 하지 않나. 여기에 맹자가 제시한 기준이 있다. “받아도 되고 받지 않아도 될 때, 받으면 청렴이 손상된다. 줘도 되고 주지 않아도 될 때, 주면 은혜가 손상된다”는 거다. 결국 공직자라면 되도록 주고받지 말라는 거다. 한때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유행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의 통찰이다. 프랑스 극작가 장 아누이(Jean Anouilh)는 한술 더 떴다. “당신이 공짜로 얻은 것은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른 것이다.” 그렇다. 공짜가 아닐 뿐더러 이미 혹은 앞으로 너무 많은 대가가 따라붙을 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접받은 점심이 자칫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

너무 각박하고 삭막한가. 반대되는 금언(金言) 또는 금언(禁言)이 있다. “맑은 물에는 큰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이 대표적이다. 1급 청정수에는 작은 쉬리가 살지만 탁한 3급수에는 큰 잉어가 산다는 거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일화도 있다. 그가 젊었을 때 한 신사와 마차를 동승했다. 신사는 말을 걸며 담배와 술을 권했다. 독실한 링컨은 거절했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목적지에 닿았을 때 신사가 말했다. “흠이 없는 사람은 덕(德)도 없다네.” 링컨이 대통령에 올라 미국 통합의 기반을 닦는 데 이 교훈이 약이 됐다는 설(說)이다. 종교개혁의 불길을 댕긴 마르틴 루터가 했다는 믿기 힘든 말도 있다. “너무 깨끗하게 살지 마라. 조금씩 죄를 지어라. 하나님이 용서할 것이 있도록.”

동양에서도 완벽함을 경계했다. 예컨대 완벽한 사람은 가득 찬 그릇과 같아서 더는 담을 수 없다는 거다. 노(魯)나라 환공은 절반쯤 차면 바로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지는 그릇을 오른편에 두어 유념했다. 바로 좌우명(座右銘)의 유래이다.

그럼에도 공직자는 청렴이 우선이다. 회남자(淮南子)의 ‘맹호행’ 첫 행이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열불식악목음(熱不息惡木陰)’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둑 샘물’은 마시지 않고,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 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만큼 살피고 삼가라는 얘기다.

바야흐로 새정부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이 시작됐다. 무엇보다 후보자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라. 자리가 자신의 능력보다 크면 본인이 다친다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박근혜 윤석열이 그랬다. 꿈꾸던 자리였지만 자신도 다치고 국민도 다치지 않았나. 능력이 충만해도 갈무리하지 못하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화를 부른다. 공자는 “총명은 어리석음으로, 공(功)은 겸양으로, 용맹은 검약으로, 부(富)는 겸손으로 지킨다”고 했다. 이런 슬기와 마음가짐이 있는지 가늠해보라. 앞으로 창 질문에 방패 답변이 이어질 터이다. 순자는 군자필변(君子必辯)이라 했다. “묶은 자루처럼 입을 다물면 허물도 없지만 영예도 없다”는 거다. 하나 청산유수라도 나라보다 자신을 위한 논변이면 그저 허튼소리에 국정의 재앙이라 했다.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인사가 어렵다. 링컨은 “사람을 알려면 권력을 줘보라”고 했다. 감춰진 본바탕이 드러난다는 거다. 그렇다고 권력을 줘볼 수 없다. 공직은 ‘아니면 말고’ 실험 대상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휴의가 아니라 만사형통이 되길 바란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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