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는 가입자들의 대규모 이탈로 혼쭐나
경쟁사 융숭한 대접에 충성고객 동요 시작
최신형 공짜폰 흡족해하나 공짜점심 없어
집토끼 뺏기 전쟁 비용 ‘눈탱이’ 맞을 수도
J사장은 주거래은행 변경을 고민 중이다. 20여년 전부터 서울 강남에서 직원 10여 명의 자동차 정비센터를 운영하며 인근의 모 시중은행 한곳과 계속 거래해왔는데 어느 날 대출상담과정에서 크게 실망했다. 그는 단골손님 인센티브를 기대했지만 갓 거래를 튼 신규 고객보다 높은 대출금리에 황당했던 것이다. 은행 고객들 중에는 J사장처럼 주거래은행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3년에 모 온라인신문이 전국의 18세 이상 2천7명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거래은행 변경 의사를 피력했다. 금융자산이 많은 이들과 30∼50대가 가장 적극적으로 단골 은행 변경을 고려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은행들은 장기 거래보다 수익성 있는 고객에 집중한다. 또한 금융상품 가입이나 대출금리 등의 우대조건을 신규 고객 위주로 설정한다. 하지만 수십 년 단골손님들은 푸대접(?)을 감내하면서도 주거래은행 변경을 주저한다. 주거래은행을 바꿀 경우 실익이 별로인 데다 자동이체 계좌변경 및 모든 거래처에 새 계좌번호 통지 등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소매금융시장에서는 은행이 왕이다.
SK텔레콤(SKT)이 가입자들의 대규모 이탈로 혼쭐나고 있다. SKT는 지난 4월 유심정보 유출사고 여파로 지난달까지 62만여 명이 계약을 해지했다. 최고(最高)의 이동통신사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인 2천273만명의 가입자 정보가 깡그리 털렸음에도 언제 해킹을 당했는지 파악하지도 못한 데다 미온적 대처로 가입자들을 크게 실망시킨 것이다. 제2, 제3의 피해를 볼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던 가입자들이 SKT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경쟁업체로 이동한 사람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KT와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지원금이 점점 치솟더니 급기야 갓 출시된 최신형의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제공하고 웃돈까지 챙겨주는 사례도 확인된다. 아직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이 폐지된 것은 아니기에 공시지원금에 유통점의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을 더한 액수를 웃도는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규제하는 단통법은 시행 11년만인 다음주 22일에 폐지된다.
SKT의 충성고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SKT는 장기 가입자들에게 데이터, 멤버십 등을 제공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에겐 ‘하늘의 별따기’일 뿐이고 요금 할인도 받기 어려운 반면에 신규 가입자들에겐 푸짐한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어느 장기 가입자는 “강산이 세 번 바뀔 만큼 오랫동안 이용했지만 체감할만한 혜택은 없다”고 푸념했다. 단골손님들은 SKT의 매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보장해주는 집토끼였다.
한 누리꾼은 유튜브에서 “신규만 사람인가요. 지금 이 상황,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라며 자신을 포함한 SKT 가입자들을 ‘호갱’에 비유했다. 호갱이란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호객(虎客)’이 올바른 표현이나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몰라 바가지 씌우기 쉬워 보이는 소비자들을 냉소적으로 호갱이라 부른다. SKT는 영업중단 51일만인 지난달 24일부터 신규 영업을 재개했다. 또한 이달 14일까지 자사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 ‘통신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주고 SKT 및 SKT 망 알뜰폰 고객 약 2천400만명에게 8월 통신 요금을 50% 할인해 주기로 했다.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및 T 멤버십 혜택 강화 등 고객 보상과 정보보호 혁신에 1조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통신사를 변경한 사람들은 최신형의 ‘공짜 폰’에 흡족해하나 공짜 점심은 없다. 장사꾼들은 절대로 밑지는 장사는 안 한다. 이번 집토끼 뺏기 전쟁에서 발생한 비용은 모든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인데 자칫 ‘눈탱이’를 맞을 수도 있다. 통신사들이 시장점유율을 1% 끌어올리는데 마케팅비용만 1조원 이상 소요된다. 단골손님들만 홀대하지 않았어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독과점이 화근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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