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옆 아슬아슬 주차장… “구청 명령에 펜스 치워”
물길과 불과 20m 거리 카페 영업
산책로 통해 진입, 경계석도 없어
열린 주차면… 인파 몰리면 혼잡
업주 “장치 있었다”… 억울 주장
권선구 “개선 다방면 협의할 것”
평화롭던 동네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고에 주민들은 우산을 쓰고 노심초사하며 차량이 인양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저녁부터 비 내리는 궂은 날씨로 변하면서, 차량에 와이어를 묶기 위해 황구지천으로 뛰어든 작업자의 안전도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지난 14일 오후 7시께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한 카페 앞 황구지천에서는 차량 인양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오후 2시1분께 경차 한 대가 후진을 하던 중 천변으로 빠지는 사고(7월14일 인터넷 보도)가 발생했고, 차에 타고 있던 2명은 무사히 구출됐다.
인양 작업은 사고 발생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7시40분께 차량이 다리 위로 끌어올려졌고, 혹여나 발생할 휘발유 유출로 인한 수질 오염으로 인해 수원시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차량 주유구가 수압에 눌려 열리지 않았고, 외부 유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수질 오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단순한 운전 실수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황구지천-주차장-카페가 20m 이내로 맞붙어 있음에도 하천 진입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없고, 차량 통행로도 정식 도로가 아닌 산책길뿐이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평소에도 통행 등 안전 관련 민원이 제기된 곳으로 전해진 가운데, 사고가 현실화되자 관할 권선구청의 관리 소홀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 현장을 확인해 보니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천 진입을 막을 바리케이드 등은 없었다. 게다가 사고 차량은 하천과 바로 맞닿은 구역이 아닌, 더 안쪽에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차 면 자체가 하천을 향해 열려 있었고, 경계석이나 차단 장치가 없어 결국 천변으로 굴러떨어졌다.
카페로 통하는 길도 문제다. 일반 차도가 아닌 산책로를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고 있어 평소에도 충돌 위험이 높으며, 특히 벚꽃철이면 인파에 더해 해당 카페로 가려는 차량이 뒤엉켜 혼잡이 극심해진다.
오목천동에서 나고 자란 주민 이모(70대)씨는 “여긴 원래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바리케이드 하나 없이 이렇게 쓰게 허가를 내줬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건물 영역인지도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카페 측은 이번 사고를 단순히 업주의 부주의로 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카페 관계자는 “과거 주차장 인근에 안전 펜스를 직접 설치했지만, 권선구청에서 ‘원상복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흙으로 다시 덮었다”며 “이후로는 (흙으로 덮은 탓에) 그 위에 스토퍼 등 추가 설치도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안전시설 설치나 도로 개선 같은 조치는 구청에서 판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권선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하천 유지관리를 위한 제방도로로, 차량 진입을 막을 수는 없다. 인근 업체들과는 이전부터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며 “현장 점검 등을 하고 있으며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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