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 행복조건 1순위 ‘재산’

60여년 인생 버텨온 밑바탕엔

좋은 사람과 만나 같은 고민하고

한숨 쉬지만 결국 위안·웃음 있어

훗날 가족·친구 더욱 소중해질듯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10대 시절 부푼 가슴으로 친구들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팍팍한 수험생활을 견디며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나이가 들면 함께 사는 것도 좋겠다는 꿈도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예쁘고 착한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누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곤 했을 겁니다.

대학에 가고 20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는 시간은 좀 더 뒤로 미뤄졌지요. 취업을 걱정해야 했고 취업한 친구들도 회사 생활에 쫓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은 요원했습니다.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아직 말단이니 30대가 되어 직급도 올라가고 월급도 좀 늘어나면 훨씬 더 나아질 거야’.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30대가 되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신혼 재미에 아이 키우는 재미까지 삶은 순간순간 기쁨이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안정된 생활을 하기엔 팍팍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요. 직장 생활도 여전히 여유가 없었습니다. 말단을 벗어나고 나니 회사의 기대치도 커졌고, 주어지는 일의 난이도도 높아졌지요. ‘4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니 좀 더 노력하면 이제 곧 황금기가 오겠지’. 이런 생각으로 견디는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40대가 되었습니다. 커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에 여행을 다니면서 행복을 만끽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학원비와 의식주에 드는 비용도 커졌지요.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돌봐드려야 하는 날도 늘어났습니다. 더불어 노후에 대한 걱정도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지요. ‘내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나’라는 자신감에 생채기가 나기도 했습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명예스럽게(?) 퇴직하는 친구들도 보이기 시작했지요. ‘아이들 다 키우고 나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 결국 꿈은 또 유보되었습니다.

50대가 되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중반이 되기 전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첫 직장에서 퇴직을 했습니다. 평생 직장이란 말은 우리만의 바람이었습니다. 직장은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벌이가 첫 번째 직장보다 좋을 리는 없었지요. 매일매일 오랫동안 산을 다니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이제는 미래 대신 현재를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텨나가는 일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가끔 좋은 사람들과 고민을 토로하면서 서로 같은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삼게 되지요. 그 끝에서 우리는 때로 눈물과 한숨을, 때로 위안과 웃음을 만나는 것이지요.

얼마 전 우리나라 10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생각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되었습니다. 10대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1순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좀 의외의 답변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는데요. 바로 ‘재산’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52.1% 학생들이 재산을 행복의 조건 1순위로 꼽았다고 합니다. 뒤를 이어 부모가 39.5%, 절친이 34.6%, 쉼·휴식이 32.8%, 외모가 32.1%를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전통적인 인간관계가 1위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저로서는 좀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제가 60여 년 가까이 버텨온 밑바탕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소중해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간당 약 100명이 사망한다고 경고하고 있지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돈이 많다고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요즘 10대들이 일찍 철이 든 건지, 아니면 제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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