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 소녀의 사춘기 성장통 그려
친구에 대한 동경·질투 공감 일으켜
“기다리지 말고 팔 뻗어야 굴레 끊어”
■ 여름은 고작 계절┃김서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44쪽. 1만7천500원
IMF 여파로 이민을 택하게 된 주인공 제니 가족의 삶을 들춰보면 아메리칸드림이란 말이 무색하다. 나아지지 않는 집안 형편에도 미국을 떠날 수 없었던 제니의 가족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을 깎고 마모시켜 환경에 적응해나간다. 제니가 필사적으로 영어를 익히고 친구들 사이에서 간신히 설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던 어느날, 한국인 한나가 전학온다. 순수와 냉소, 동경과 질투가 뒤엉킨 채 시간이 흐르고 제니와 한나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길 반복한다.
김서해 소설 ‘여름은 고작 계절’은 이렇게 전개된다.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소설이라지만, 누구나 한번쯤 살아가면서 마주할 법한 고민과 감정을 다룬다. 책 속 한 구절을 발췌하면 이렇다.
“내가 나에게만 중요하다는 사실은 가끔 너무 잔인하고, 다행이다” (50쪽)
친구를 찾아헤매던 주인공 제니가 혼잣말처럼 내뱉는 구절이다. 본인의 과거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묻자, 한참을 기다린 끝에 친구의 입에서 간신히 새어나온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외로운 얼굴을 감추지 않던 제니의 마음을 어쩌면 가장 정확하고, 진솔하게 드러내보인 구절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책은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서러움을 연대의 감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제니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 위 존재로 사무치는 외로움을 뼈에 새기며 자라났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살기 위해 누군가의 손을 거침없이 놓아야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런 제니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때로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 속 작가의 말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소설은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깨달았습니다. 잡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팔을 뻗어야 한다는 것을요. 눈치 보지 말고 덥석 잡아야합니다. 그래야만 굴레가 끊어질테니까요.”
무더운 날씨에 괜시리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계절 여름이다. 여름을 조금은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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