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은 남의 몫, 업무는 내 몫… 뿌리 깊은 차량등록 폭탄 돌리기
시행 15년 특정 지자체 쏠림현상 심화
등록·귀속 관할 달라 사무·행정 불균형
무관할 차량등록제 시행 15년, 제도는 어느새 시민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등록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행정업무와 세수의 엇갈림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수원·인천·안산·창원 등 차량등록 사무가 집중되는 지역의 행정 피로도는 점점 더 커지는 반면,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이나 행정적 조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경인일보는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해 온 전문가 3인을 만나 현 제도의 미비점을 짚고 실현 가능한 개선방안을 물었다.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2019년 기초지자체 행정부담 진단 지속될 뿐 아니라 오히려 심화 지적”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 주민 아닌 전국민을 대상 명시… 업무 별도 보상·최소 경비 지급 필요”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조세 징수 업무는 막중한 책임 뒤따라 실태조사·부작용 고민 없이 만든 제도”
■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사무와 국가사무 동시에 떠안는 상황”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9년 ‘무관할 차량 취득세 신고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무관할 차량등록제가 일부 기초 지자체에 행정 부담을 과도하게 집중시킨다고 한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진단시점으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당시 지적했던 구조적 문제가 현재도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금 지자체들이 맡고 있는 차량등록 업무는 사실 국토부의 고유 사무”라며 “국토부가 국민 편의를 고려해 무관할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든 이후 실제 행정처리는 기초 지자체에 위탁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은 사실상 자치사무와 국가사무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됐다. 임 연구위원의 당시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 꼽힌 지역은 수원시와 인천 옹진군 등이다.
이와 같은 진단은 또 다른 보고서에도 다시 지적됐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가 지난해 한국지방세연구원에 기획과제로 제출한 ‘시·도 징수교부금제도 운영의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무관할 차량등록 업무는 자치단체 주민에 대한 업무가 아닌 전국민에 대한 업무라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조 교수는 해당 업무에 대한 별도의 보상과 최소 경비 지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위수탁 정산 규정 미비 비판
조정·징수 교부금 거론되지만 한계 뚜렷
■ 설계부터 잘못된 무관할 차량등록제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무관할 차량등록제를 철저한 실태 조사와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든 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비판의 근거로 무관할 차량등록제의 기반인 ‘전국 자동차 등록제 시행관련 지방세 업무 위·수탁협약서’의 내용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조세 징수 업무는 과세 관청의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며 “징수 권한을 제3자에게 위탁할 때는 원칙과 후속까지 고려해 엄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간 협약에선 정확한 업무 분담과 징수 비용에 대한 명확한 정산 규정이 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임상빈 연구위원 역시 위·수탁 협약서가 당시 지방세법의 징수제도 미비점이 여실히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현행 지방세징수법에는 징수금을 납부할 자의 주소 또는 재산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있을 경우 해당 소재지의 세무공무원에게 징수를 촉탁할 수 있다. 다만 징수를 촉탁받은 세무공무원이 속한 자치단체는 촉탁받은 사무의 비용과 송금비용, 체납처분비 등을 부담하고, 이를 징수금에서 뺀 나머지 금액만 송금한다. 또한 지자체 간 징수촉탁에 대한 협약을 체결할 때는 그 내용과 범위, 촉탁사무 관리와 처리비용, 경비 부담 등에 대한 사안을 포함시켜야 한다. 임 연구위원은 “무관할 차량등록제를 위한 위·수탁 협약이 맺어지던 2010년 당시는 이러한 지방세징수법이 제정되기 전이라 정산과 처리비용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정산 논의의 핵심, 조정교부금과 징수교부금
무관할 차량등록제에 따른 행정 부담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결국 재정 정산 방식으로 수렴된다. 이때 자주 거론되는 두 가지 수단이 조정교부금과 징수교부금이다.
조정교부금은 광역자치단체가 도세 일부를 재원으로 확보해 시·군 간 재정 격차를 조정하는 용도로 지급하는 예산이다. 무관할 차량등록제로 발생하는 취득세는 도세로 취급되기 때문에 수원, 창원 등 광역자치단체 내 기초자치단체는 조정교부금을 산정할 때 징수 업무 비용을 산정해 가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조정교부금 비용산정 방식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조정교부금은 단일 항목이 아닌 종합 재정 조정 수단이기 때문에 자동차 등록과 같은 특정 업무에 대한 명확한 보상 체계를 만들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임상빈 연구위원은 “조정교부금에는 취득세 외에도 다양한 항목이 포함돼 있어 차량등록 업무 부담만을 기준으로 정교하게 배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징수교부금은 각 시·군이 도세를 실제 징수한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의 보상금을 받는 구조다. 문제는 이 역시 ‘실적 기준’보다는 ‘기계적 분배’라는 점이다. 현재 경기도 기준으로는 징수액의 3%가 각 지자체에 일률적으로 지급된다. 수원처럼 타지역 차량 등록 업무가 몰려 행정 인력과 시간 투입이 많은 지자체도 상대적으로 업무가 적은 지자체도 동일한 비율을 적용받는다.
조임곤 교수는 “현재 시군은 도세 징수 극대화에 대한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며 “경기도 본청이 징수교부금 전액을 시군에 환류하되 실질적인 징수비용을 반영하는 교부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당 표준 시간을 설정해 실제 처리 건수에 따라 적정 인력 산정이 가능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징수교부금 지급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력 확보 등 적극적으로 나선 지자체에는 인센티브 성격의 ‘특별징수교부금’을 추가 지급하고 반대로 적정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지자체엔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수원처럼 업무량이 과도하게 집중된 지역은 일반적 기준 적용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심층 분석과 별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김우철 교수 역시 징수교부금에 ‘탄력요율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차량등록 업무가 집중된 지자체에 대해선 3%보다 높은 요율을 적용하고 이를 행정안전부 시행규칙이나 경기도 자체 조례로 반영하는 것이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 지방세법 개정 입법적 해결 요구
중앙정부 나서 공론화 등 대안 마련해야
■ ‘광역 안’으론 부족하다.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때
무관할 차량등록제로 인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정교부금이나 징수교부금의 기준을 손보자는 제안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 방안이 실효를 가지려면 전제가 있다. 문제를 ‘도 단위 내 행정 조정’으로 한정해선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수원시 등록 수요의 상당수는 도내 타 시군뿐 아니라 서울과 인근 타 시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천 역시 인천항을 통해 전국 중고차 수출이 이뤄지는 특수성 때문에 전국 차량에 대한 등록 말소 업무를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무관할 차량등록제는 ‘광역단체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례를 개정하거나 예산 구조를 손보는 방식만으로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제도의 설계자이자 감독자인 중앙정부, 특히 행정안전부가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임상빈 연구위원은 “지금 필요한 건 행안부 주도로 2010년 무관할 등록제 협약을 체결했던 광역단체들을 다시 불러 모아 실태를 점검하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으로 재협약을 체결하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우철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현행 제도의 부작용이 감지됐음에도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개입하지 않았다”며 “논의의 장을 만들고 이에 불참하는 지자체에는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강제성을 띤 공론화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약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닌 법제화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조임곤 교수는 “지자체 간 협약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지방세법 개정을 통한 제도 설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7년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취득세 일부 정산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당시 법안을 검토한 행안위의 보고서는 잘못됐다”며 “지금이라도 해당 법안의 재발의를 통해 입법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공통된 목소리… “이제는 정산의 시간”
세 명의 전문가는 공통적으로 “국가 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기초 지자체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보전하는 정산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방법이 법 개정이든 시행규칙 개정이든 제도의 구조적 불균형을 그대로 두고선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상빈 연구위원은 “지방세법이든 지방재정법이든 징수업무 위탁에 대한 정산 규정을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며 “다시 자치단체들이 모여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조임곤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각 지자체별로 특화된 통계모형을 만들고 비용 보전을 계산해야 한다”라며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는 “지금처럼 눈 감고 있는 중앙정부의 태도가 문제를 키운다”며 “적극적으로 논의의 장을 만들고 문제를 공론화해 제도 설계를 바로잡을 때”라고 강조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