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다 문제 도입 주요 배경
실제 당류 섭취 감소 영향 불분명
저소득층 부담 가중 ‘역진성’ 강해
과세 모호성·산업 부정 영향 고려
덴마크 사례처럼 신중한 접근 필요
정부가 ‘설탕세’를 도입하려나 보다. 설탕이 들어가는 모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웬 뜬금없는 설탕세냐며 반문할 둘째 아이 얼굴부터 떠오른다. 정부는 설탕세 만큼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당류 음료 섭취가 줄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까지 근거로 들이댔다. 여론조사를 시행한 기관은 “설탕세로 건강공동체기금을 조성해 필수·공공의료 지원, 노인 및 취약계층 지원, 학교 체육 활동 및 급식 질 향상 등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설탕세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1922년 노르웨이다. 시행 국가는 2000년까지 17개국에 불과했으나 2016년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이후 현재는 120여 개국에 이른다. 영국은 음료 100㎖당 설탕 함유량에 따라 최대 0.24파운드(약 440원)를 부과한다. 정부가 설탕세 도입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당류를 과다 섭취하는 국민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2021년 기준 4명 중 1명(25.6%)은 WHO 기준을 초과해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10명 중 4명(40.3%)에 달한다. 과다한 당류 섭취는 당뇨 계통 질병을 유발한다. 설탕세 도입 근거는 일견 타당하다.
하나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설탕세와 비슷한 ‘비만세’가 논의된 건 1970~1980년대부터였다. 비만 관련 공중보건 비용이 증가하자 경제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담배세처럼 비만 유발 식품에도 세금을 매기자”고 제안했다.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이 확실해지면서 비만세는 힘을 얻었다. 헝가리는 2004년 ‘공중보건제품세’를 도입해 고당·고염·고카페인 식품에 세금을 부과했다. 덴마크도 2011년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에 ‘지방세(fat tax)’를 도입했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뒤따랐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설탕세가 됐든 비만세가 됐든 입법 취지는 질병을 유발하는 식품 소비를 줄임으로써 공공의료비용 지출을 낮추자는 의도다. 재정 적자에 처한 건강보험료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 입장에서 설탕세와 비만세는 유혹적이다. 국민건강을 앞세우는 이면에는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들 세금이 실제 비만 감소나 당류 섭취 감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하다. 설령 해당 식품 소비를 줄인다 해도 다른 식품으로 대체 가능성까지 차단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에 대한 역진성은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값싼 고열량 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은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 고열량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저소득층에서 비만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경제적인 이유로 패스트푸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치 않은 채 설탕세와 비만세를 도입한다면 이들의 경제적 소외는 한층 심화되게 마련이다.
대상과 기준도 어정쩡하다. 어떤 식품에 세금을 부과할지, 부과한다면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모호하다. 특정 식품만 과세한다면 형평성 시비는 빤하다. 예를 들어 설탕이 들어간 음료만 과세하고 케이크나 과자는 면세한다면 음료 제조사들이 수긍할지 의문이다. 나아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성분만 살짝 바꾸는 ‘편법’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식음료와 외식업계 매출 감소는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 이 분야는 중소기업과 전통 식품업체가 넓게 포진하고 있는 만큼 타격은 불가피하다.
세계 최초로 포화 지방세를 도입했다 폐지한 덴마크는 반면교사다. 요구르트나 우유 등에 포화 지방세가 시행되자 덴마크 국민들은 인접 국가로 원정 쇼핑에 나섰다. 결국 실효도 없는 정책에 행정 비용만 낭비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덴마크는 시행 2년 만에 폐지했다. 헝가리에서는 역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멕시코 또한 2014년 설탕세를 도입했지만 비만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할지 국가가 특정 음료 소비까지 강제로 억제해야 할지 갈림길에 섰다. 저소득층의 역진세 논란은 차지하고라도 습관처럼 음료를 섭취하는 사람들과 우리 집 아이부터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다.
/임병식 탕산해운대학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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