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0.72 독보적 최저치 전인미답의 길
노동시장 진입 활발할땐 반등 경향
女고용률 개선에도 여전히 하락 계속
유자녀 이탈 확률 과거와 비슷 수준
저조한 성평등 저출산 요인이라는 것
세계적으로 극우 및 권위주의 정당이 준동하며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음이 연신 울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가 벌어지며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날 뻔했지만 윤석열은 재구속되었고 차츰 안정을 찾는 중이다. 글로벌 단위에서 다름 아닌 한국이 민주적 질서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저출산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던 한국이 민주주의 위기를 헤쳐나가며 이미지 쇄신을 한 셈이다.
OECD의 모든 나라가 한국을 쫓아(?) 저출산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1.3을 밑도는 나라가 10개국에 이르고 1.2 아래도 네 나라나 된다. 하지만 한국처럼 1.0 미만인 나라는 여전히 없다. 한국 다음으로 낮은 스페인이 2023년 기준 1.12로 0.72를 기록한 한국보다는 꽤나 높이 있다. 전인미답의 저출산 길을 걷고 있는 한국이 미처 밟아보지 못한 땅이 있으니 성평등으로 올리는 출산율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처럼 핵가족이 표준인 나라는 양육과 벌이를 부부가 원만히 해결해야 하고 일터에서는 물론 가정 및 사회 전반에서의 성평등을 이루는 것이 이를 위한 기반이 된다.
많은 연구들이 경제성장 단계가 높은 나라들의 경우 낮은 성평등 수준은 낮은 출산율과 상관이 있음을 보고한다. 일례로 1980년에는 집에 머무는 여성이 많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지만 2000년에는 그 반대로 여성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진입할수록 자녀를 더 많이 가졌다. 즉, 선진국에선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대등해질 때 떨어지던 출산율이 다시 상승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 고물가, 기후위기의 심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출산율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소득 활동은 여전히 출산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경우 고소득, 고학력 여성으로 갈수록 출산율이 크게 상승하여 전체 출산율을 훨씬 웃돈다.
한국의 노동시장 성평등은 아직도 매우 미흡하지만 상당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구남규 연구원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25~39세 여성 고용률은 2000년 52.9%에서 2023년 70.2%로 증가했고 남성은 동기간 87.2%에서 82.6%로 소폭 감소하며 성별격차가 대폭 줄었다. 25~39세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의 비율 또한 2000년 75.7%에서 2023년 83.4%로 상승하며 성별 임금격차가 감소했다. 다만 전체 연령의 남성 대비 여성 임금은 동기간 64.8%에서 66.4%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 기간 출산율은 1.48에서 0.72로 추락했고 성별 고용 및 임금의 격차 축소는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실증분석이 잇따랐다. 2024년 KDI의 보고서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왜 한국에선 성평등 향상이 출산율과 상충하는지 단초를 제공하는데, 한마디로 성평등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자녀 유무에 따른 노동시장 이탈 확률을 계산한 결과, 출산율 대하락이 시작된 2010년대 중반 이후 무자녀 여성의 이탈 확률은 대폭 감소했지만 유자녀 여성은 별 변화가 없었다. 즉, 성별 고용률의 격차 감소라는 성평등의 진전이 자녀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리면서 여성의 출산 리스크가 오히려 커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구남규의 논문은 성평등 수준이 높을 때 출산율이 상승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남성 대비 여성의 고용률이 60% 또는 70%인 경우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이 오를수록 출산율은 하락하며, 하락폭은 60%에서 더욱 크다. 이와는 달리 성별 고용률 비율이 80% 또는 90%일 때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과 출산율이 동반 상승하고, 상승폭은 90%에서 확연하다.
KDI나 구남규의 연구는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한국의 저조한 성평등은 저출산의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성평등은 개인과 가정은 물론 기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가치관 및 구조개혁과 맞물린 것이기에, 매우 어렵지만 일정 수준 이상 달성되면 숱한 고질병도 대거 해결되는 길이다. 우리 사회가 성평등의 패스트 팔로워가 되기엔 너무 늦은 것일까?
/장제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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