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아파트 화재’ 방화구획·불연재 의무화 사각
2019년 법규 마련 이전 건축물
1층 주차장 불, 연기 위로 확산
2017년 제천서 29명 사망 사고
“보완 없이 방치” 점검 필요성
광명 소하동 아파트 화재가 발생(7월17일 인터넷 보도)한 건물이 지난 2014년 준공된 필로티 구조로 확인되면서, 강화된 화재 방지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은 ‘사각지대 건축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천장 내부 단열재에 불이 붙으며 불길이 급격히 확산됐는데, 스프링클러마저 설치돼 있지 않으면서 화재 취약성이 건물의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광명시와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는 1층이 개방된 필로티 구조이며 사용 승인 시점은 2014년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1층은 개방형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지하주차장에만 설치돼 있다.
‘필로티’ 구조는 도심지에서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 1층을 기둥으로 띄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화재 상황에서는 이 구조가 오히려 ‘재앙의 통로’가 된다. 개방된 하부 공간은 불길과 연기가 위로 치솟기 쉬워 일명 ‘굴뚝 효과’로 작동한다. 여기에 구조상 주민들이 반드시 1층을 지나야만 건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불이 하층에서 시작될 경우 연기 흡입 등으로 인한 피해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2019년 이후 방화구획 설치 및 불연재 마감재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해당 아파트는 2014년 사용 승인 건물이기에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2019년 8월6일 개정을 통해 필로티 구조의 1~2층 주차장 등에 대해 방화구획을 설치하고 외벽·천장·기둥 등에 불연재 또는 준불연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2019년 8월6일 이후 신축 허가분부터 적용되며, 기존 건축물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동일한 필로티 구조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돼 29명이 숨졌다. 당시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대피하지 못한 피해자 상당수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화재 역시 1층에서 시작된 불이 외장재를 타고 33층까지 번졌고, 이 과정에서 90명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두 사례 모두 방화구획 부재, 가연성 외장재 사용, 수직 확산 구조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건축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기존 필로티 건축물에 대해 실질적인 보완 조치나 전국 단위의 전수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적 사각지대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필로티 구조는 1층이 기둥만으로 지지돼 공기 유통이 매우 원활한 구조이기 때문에, 불이 나면 연기와 화염이 위층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아파트는 사용 승인 시점상 현행 기준의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 건축물이므로, 자재 구성과 방화 설비가 적절했는지 반드시 감식을 통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7일 오후 9시5분께 광명 소하동의 한 10층짜리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나 주민 3명이 사망하고 중상 9명, 경상 55명 등 6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고 요인을 조사 중이다.
/유혜연·김성주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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