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제 총기를 쏴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60대 A씨는 30대 아들이 열어준 자신의 생일잔치에서 며느리와 손주 2명, 지인 앞에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자가용을 타고 도주한 A씨는 2시간가량 경찰과 추격전도 벌였다. 경찰은 21일 0시 15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긴급체포, 인천으로 압송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주거공간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
범행이 자행된 아파트단지는 500여 세대 규모로, 인근에 학교와 학원가가 밀집해 있어 어린아이 등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평안했던 주말 밤 느닷없는 총성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경찰은 A씨로부터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에 사제폭탄이 낮 12시에 터지도록 설치해 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특공대와 소방은 오전 1~3시께 아파트 주민 70여명과 인근 주민 등 105명을 대피시킨 뒤 폭발물 제거 작업을 벌였다. 발견된 폭발물은 무려 15개였다.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에 점화장치가 연결돼 있었다. A씨 계획대로 타이머가 작동해 실제로 폭발했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피의자의 차량 조수석과 트렁크에서도 총열에 해당하는 쇠파이프 11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자택에서는 금속 재질의 파이프 5∼6개가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년 전 실탄을 구매했고, 범행에 사용한 뒤 남은 실탄 개수는 산탄 86발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총기 제작과 유통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다만 사냥 등을 목적으로 소지할 경우에만 제한적 허가를 받는 정도다. 총기를 불법 제작하거나 소유·판매할 경우 ‘총포·도검·화약류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법망을 비웃는 사제 총기가 버젓이 제작·유통된다. 유튜브나 인터넷에는 관련 정보가 노출되어 있다. 해외 총기 사이트에서 구입해 몰래 들여오기도 한다. 음지의 ‘유령 총기’에 무방비 상태다. 이상동기범죄나 대형 테러에 쓰일 수도 있다. 사제 총기의 불법 제작부터 유통까지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3D프린팅 등 기술은 날로 교묘해지는데 제도는 제자리다. 신기술을 이용한 불법 무기 제작·유통을 원천 차단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이 ‘총기 청정국’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