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작품 ‘이빨 사냥’ 미신 풍자 사회 비판

現 대한민국 극우파 보편적 역사인식 부정

김문수, 전한길 연대 국힘 당권 장악 의도

보수 괴멸은 한국 정치의 불행… 결별해야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프란시스코 고야는 뛰어난 풍자화가이다. 1799년에 발표한 그의 환상적인 연작판화 ‘로스 카프리초스(Los Caprichos)’ 가운데 ‘이빨 사냥(A caza de dientes)’이라는 작품이 있다. 한 여성이 교수형당한 시신의 이빨을 뽑는 장면을 묘사한 음산하고 엽기적 분위기의 풍속화다. 그림의 주인공은 공포감과 역겨움에 몸을 떨면서도 교수대에 매달린 시신의 입에 손을 집어넣고 있다. 죽은 자의 이빨이 주술적 효험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극심한 빈곤이나 질병, 혹은 절망이 미신에라도 기대어 해결하려 했을 수 있겠다. 작가는 시신의 ‘이빨’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리는 지푸라기로 설정한 것일까, 아니면 더 큰 개인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고야는 이 그림을 통해 당시 스페인 사회를 지배하던 미신을 풍자하면서, 그 미신 때문에 비인간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동시에 고발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신의 이빨이 절망한 사람의 지푸라기가 될 리 없으며, 이기적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상은 개인의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며,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전염될 때 사회적 문제가 된다.

세계 최강의 반도체 생산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치는 어떤가? 대통령이 주술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공공연하다.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 극우 개신교 세력은 혐오 정치를 표방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극우 종교인들의 집회에 참석하여 지지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을 볼 때마다,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탄핵되고 내란범이 된 대통령을 지키려 관저에 갔던 45명 국회의원들의 표정 속에서 ‘이빨 사냥’에 나선 판화의 주인공이 겹쳐 보인다. 게으른 정치가들은 극우 사상의 위험성과 그 행보가 초래할 사회적 비난이 두렵지만, 얻을 수 있는 대가가 더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우파들의 국가주의는 과거의 독재나 국가범죄, 심지어 식민지배까지 미화함으로써 보편적 역사인식을 부정한다. 역사적 책임의식을 회피하고 보편 지식 자체를 부정하는 반지성주의는 신념이 아니라 ‘미신’에 가깝다. 또 인종, 성별, 이념, 출신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여 공동체의 통합력을 약화시킨다. 극우파는 형식적 공정론으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환경·복지·노동권 등 공공정책에도 소극적이다. 극단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파의 인종주의와 배타주의는 민간 교류는 물론 외교적 갈등까지 유발하기도 한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일부정치인이 유포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도 위험스럽다. 국가기구인 선관위나 법원이 부인한 부정선거론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이유로 삼았다. 물론 선거음모론이 허위임을 알고도 이를 이용하면서 극우파를 동원하기 위한 계략이었을 수도 있다.

한국은 가뜩이나 갈등 지수가 높은 사회다. 세대 갈등과 지역 갈등이 깊을 뿐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의식도 강하다. 극우 정치는 이 같은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혐오를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이 극우적 성향을 갖는 것을 금지할 방법은 없으나, 극우 성향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언론이나 극우 정치는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극우 정치는 정치인 자신은 물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반사회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이 다시 극우 정치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당대표직에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과 연대하여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전한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주도해온 전형적인 극우파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기회에도 ‘이빨 사냥’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분으로 붕괴하거나 영원한 지지 기반으로 여겨온 영남 유권자들로부터도 마침내 버림받고 극우 ‘컬트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보수의 괴멸이 한국 정치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