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장 칼럼니스트·前 소비자 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박순장 칼럼니스트·前 소비자 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지난 21일 이동단말기 시장에 혼란만을 야기했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됐다. 2014년 10월, 통신사 간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소비자 차별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지 약 10년9개월만이다.

단통법은 시행 당시부터 불안정했다. 소비자 간 보조금 차별은 줄였다고 하지만 오히려 휴대전화 구매정보의 비대칭은 심화되고 5G 시행에 따른 고가 요금제가 고착화됐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문제는 폐지 이후다. 과거처럼 특정 매장과 시간대에만 제공되던 ‘은밀한 보조금’이 다시 등장하면, 정보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불공정이 재현될 것이다. 공시지원금, 약정 할인, 제휴·카드 할인 등 복잡한 조건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호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방통위는 “거주 지역, 연령, 신체 조건 등에 따른 차별은 금지이며 시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나, 현재 단통법의 여러 규정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옮겨졌고 처벌 규정도 시행령에 담겨야 하지만 방통위는 위원장 1인 체제 ‘식물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방통위는 통신 시장의 공정한 거래관계를 보호하기 위하여 실효성 있는 단속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 보조금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고 단말기 가격, 지원금, 요금제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공개 플랫폼을 정부 주도로 통합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통신사도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단기 마케팅 경쟁보다 5G 품질 향상,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에 투자해야 한다. 소비자를 혼란시키는 복잡한 프로모션보다 투명한 정보 제공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단통법 폐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부와 통신사는 소비자를 다시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공정하고 건강한 통신 시장을 만드는 데 책임을 다 해야한다.

/박순장 칼럼니스트·前 소비자 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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