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지평막걸리가 양평을 떠났을 때 모두들 아쉬워했다. 기술도 브랜드도 있었지만 이곳엔 공간이 없었다. 규제 탓에 공장을 지을 땅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지평주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화 막걸리 공장을 충남 천안에 세웠다. 만약 규제가 덜했다면, 그 거대한 생산시설이 지금쯤 양평 지평면 어딘가에 들어설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평은 오랫동안 중첩된 규제에 시달려왔다. 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지역,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어디 하나 비켜갈 곳 없이 규제지도로 덮인 군 전체가 그 무게를 감내해왔다. 기업은 들어오지 못했고 일자리가 줄자 젊은이들은 떠났다. 그 여파는 교육 기반까지 흔들었고 폐교 위기에 놓인 초등학교 앞에선 어르신들이 입학지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 양평에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양동일반산업단지가 국토교통부의 산단 지정계획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판교만큼 크지도 않고 이 산단이 지역의 미래를 모두 담보할 순 없다. 다만 산단은 지역민들에겐 단순한 경제계획 이상의 의미다. 규제에 눌려 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군민들이 포기했던 ‘무언가’가 현실이 된 케이스다.

양동면 한 주민은 “계속 줄어들기만 하던 마을에 이제야 뭐라도 들어온다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곡 했다. “산단이 잘되면 학교도 살고 사람도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바람도 덧붙였다. 현수막에 적힌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주민들의 응축된 감정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농번기에도 논밭보다 마을 입구의 현수막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산단 조성은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그간의 고통을 보상받고 지역에 새로운 미래가 자란다. 더는 유출과 소멸이 아닌 정착과 순환의 흐름이 시작돼야 할 때다. 이 시작이 언젠가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양평지역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