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하를 요구 중인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터미널 모습. /경인일보DB
임대료 인하를 요구 중인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터미널 모습. /경인일보DB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업계의 법적 다툼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임대료 인하를 요구 중인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임대료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여객 수와 연동해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여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회복되지 않으면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내야 할 임대료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진행된 조정 기일에서 ‘외부 용역 기관에 맡겨 임대료를 재산정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다음 달 14일 열리는 2차 조정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4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낙찰받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이어서 면세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중국계 대형 면세점 업체인 CDFG도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된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신라·신세계면세점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이 감소하며 면세점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인 면세업계 큰 손으로 불리는데, 이들이 줄어든 탓에 여객 1인당 면세 소비 금액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CJ올리브영, 다이소 등 생활 밀착형 소매점이 외국인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 것도 면세점 매출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면세점들은 업계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업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시 입찰에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이 과도하게 입찰 가격을 정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입찰 가격을 최저 수용 금액의 175% 수준으로 써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신라·신세계면세점과 같은 형태로 임대료를 내고 있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다른 면세점들은 적정 가격으로 입찰을 따냈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입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탈락 업체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법적 분쟁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계약을 해지하고, 면세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면세업계 불황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고가 낙찰 방식을 변경하고 입점 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가 참여하는 임대료 조정 위원회를 만들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임대료를 조율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