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던 이 둘 이제 여정을 마칩니다.
인천문예회관 소공연장 재개관 기념무대
사무엘 베케트 원작 플롯 없는 부조리극
2023년부터 호흡 맞춘 둘의 마지막 투어
연기 앙상블 감동한 관객들도 ‘기립박수’
지난 25~26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상연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을 맡은 원로 배우 신구(89)와 박근형(85)은 각각의 연기 인생만 60년을 넘겼다.
25일 공연에서 만난 두 배우의 아우라는 사무엘 베케트의 원작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1953년)가 이렇다 할 줄거리와 플롯이 없는 부조리극이기에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예술회관 소공연장 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도 두 배우의 내면 연기에 집중하는 눈치였다.
에스트라공(고고) 역의 신구는 누구나 아는 그 특유의 톤으로 명대사 “되는 게 하나도 없다”를 읊조리며, 때론 바위에 걸터앉아 죽은 듯 졸거나 자신의 신발과 씨름했다. 블라디미르(디디) 역을 맡은 박근형은 시종일관 의미 없는 대사를 쏟아내고 무대 이리저리를 누비며 극을 이끈다.
의미 없는 대사라 하지만, 그 대사들을 분절해 받아들이면서 관객 개개인의 상황이나 상연되는 시대에 맞춰 보는 것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는 재미일 것이다. 디디 박근형이 극 초반부에 고고 신구를 바라보며 하는 혼잣말 “제 발에 병이 났는데, 구두 탓을 하는 게 인간”이라는 대사가 와닿았다.
포조 역의 김학철, 럭키 역의 조달환, 소년 역의 이시목 등 다른 배우들의 열연도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 연극에서 가장 연기 난이도가 높은 장면은 엄청난 단어들을 쏟아내는 ‘럭키의 생각’이다. 이 장면에서 조달환이 펼친 섬뜩한 연기를 본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큰 박수를 보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공연됐다. 로빈 윌리엄스, 이안 맥켈런, 에단 호크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외국 배우들이 꼭 한 번은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69년 극단 산울림이 초연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하게 상연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23년부터 호흡을 맞춰 온 신구와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마지막 전국 투어다. 공연 제목에 ‘The Final’(마지막)이 붙은 이유다. 오경택 연출가가 희극과 비극,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새로운 해석으로 공연을 연출했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처음 접한 관객도,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관람한 관객도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에 감동받았다.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신구와 박근형에게 무대 조명이 모두 꺼질 때까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번 공연은 연극에 최적화한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4월 재개관한 예술회관 소공연장 ‘재개관 기념 공연’의 하나로 마련됐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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