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만큼 노고에 비해 칭찬이 박한 공직이 없을 테다. 화성 동탄, 대구, 인천 부평에서 잇따라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 사망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수사와 범죄 예방에 최선을 다했다지만, 살해 위협에 구속 등 가해자 분리를 요청한 피해자 호소에 즉각 반응하지 못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빈발했던 가정폭력 살인 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응 매뉴얼과 법 제도 변경이 지체된 탓이다.

인천 송도 총기살인사건도 경찰 대응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아버지가 유튜브를 보고 제작한 사제 총기로 아들을 며느리와 손자가 보는 앞에서 살해한 전례 없는 사건이다. 20일 밤 9시 31분 피해자 아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21일 0시 20분 가해자를 서울에서 체포했다. 서울 자택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받아 이날 정오에 터질 뻔한 폭발물도 수거해 해체했다. 신속한 범인 체포로 도심지 공동주택 폭발사건을 미연에 방지한 경찰의 공이 크다.

하지만 범죄 현장에서의 70분 대응은 아쉽다. 최초 신고 직후 ‘코드0’(최고단계 위급상황) 지령을 받고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일선 경찰들은 초동 대응 없이 경찰특공대를 기다렸다. 10시 16분 도착한 특공대는 10시 40분에야 현장에 진입했다. 먼저 출동한 경찰이 CCTV 확인만 미리 했어도 가해자가 이미 도주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즉각 현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코드0 상황을 지휘할 책임자는 늑장 출동했단다. 총기 사건에 미숙한 일선 경찰들이 총격 피해자를 1시간 이상 빨리 병원에 호송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문밖에서 허비한 셈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트리거’는 억압과 좌절감을 느낀 사회적 약자들에게 총기가 배달되면서 발생한 공포와 혼란을 그렸다. 현실에서 발생할 리 없는 상상이다. 하지만 사제 총기와 폭발물 제작 영상이 즐비한 유튜브가 드라마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드론도 새로운 범죄 수단이 될 것이 자명하다.

사회 갈등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범죄 양상이 잔혹해지고, 범죄의 방아쇠인 첨단 도구들은 60대 노인도 쉽게 따라 만들 지경이 됐다. 경찰에겐 당혹스러운 범죄의 진화다. 범죄의 진화에 상응하는 경찰의 대응은 즉각적이어야 한다. 범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찰 경찰의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