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복달임 음식 중 으뜸 꼽혀
목포 영란횟집·서울 토속정 대표적
부레·조개·산낙지·갓김치 등 반찬
회, 특유 푸석함·고급스러움 일품
민어탕은 뼈 곤 육수·늙은 호박 진국
수마의 할큄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장마가 끝났다. 이젠 본격적인 삼복더위의 시작이다. 삼복더위에는 무더위를 이기고 기력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보양식을 챙긴다. 복달임 음식으로 ‘민어찜은 1품, 도미찜은 2품, 보신탕은 3품’이라는 구전 문구가 있다. 음식에 ‘품(品)’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아 양반가나 궁중·상류층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뿐 아니라 민어에 관한 기록은 고문헌 곳곳에 등장한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백성들이 즐겨 먹어 민어(民魚)라고 불렀다고 쓰여 있다. 허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서는 백성의 수만큼이나 흔해서 민어라고 부른다고 적혀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를 면어(鮸魚)라고도 불렀으며 그 부레를 아교로 쓴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실제 민엇값이 10전이면 부레 값이 4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어의 가치는 부레가 좌우했다. 일제강점기에 편찬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민어를 ‘흔하며’, ‘보통 맛이며’, ‘일부러 돈 주고 사 먹을 것은 없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온갖 잔치에 쓰이기에 소중히 여긴다’라고 기록했다.
전국에서 민어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은 단연 목포의 ‘영란횟집’이다. 영란횟집은 민어를 찍어 먹는 장이 참 맛있다. 영란횟집 민어 맛의 70%는 이 장맛에서 나온다.
서울에서는 보신각 뒤의 토속정이 대표 음식점이다.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하여 큰길에서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찌 그리 잘 찾아오는지 평일에는 항상 만석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때문에 조용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차분한 대화 속에 맛난 민어를 즐기려면 토요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민어 부레, 삶은 조개, 산낙지, 갓김치, 묵은지 등이 기본 반찬이다. 부레는 치클(chicle)처럼 두툼한 천연고무의 식감이다. 처음엔 남의 맛으로 접수했다가 씹으면서 나의 맛으로 승화한다. 조개는 두터운 살 때문인지 어패류의 식감이 아니다. 아주 부드러운 어린 고기를 씹는 느낌이다. 산낙지 역시 촉수의 힘이 느껴질 정도로 신선하다. 이 집의 비밀병기인 갓김치와 묵은지까지 더하면 남도 한정식 특유의 맛깔스러움이 묻어난 기본 상이 구성된다. 다음 순서는 따뜻하고 든든한 민어전이다. 수분이 많아서 살이 무른 민어를 전으로 부치면 겉은 부드럽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고추와 식초를 가미한 간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깨끗한 뒷맛이 일품이다. 전의 접시가 다 비워질 즈음 민어회가 등장한다.
소금장에 찍은 민어회 한 점을 씹으면 기분 좋은 푸석함이 감돈다. 오랜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무언가를 완전히 정복했을 때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접시 한 귀퉁이에 숨어있는 연분홍 민어 뱃살은 고급 식감을 선사한다. 뱃살은 부레처럼 1인당 1개씩이다. 회를 거의 다 먹을 즈음 민어탕이 한 사발씩 나온다. 민어 뼈를 폭 고아서 진한 사골 진액을 우려내고 늙은 호박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양념을 곁들여 끓인 진국이다. 민어탕은 숙취와 더위를 한 방에 제압한다. 그 맛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문학적 표현 영역 밖의 일이라 하겠다.
토속정의 민어회 한상차림 코스는 4인이 15만원에 즐길 수 있다. 삼복더위에 누릴 수 있는 호사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다.
/조용준 경제학박사·안산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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