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원은 지켰다… 주민들은 지쳤다

 

남양주 조안면, 50년전 모습 그대로

간단한 시설 하나 지어도 단속·처벌

맞은편 양평군 양서면 ‘도시화’ 대조

수도권 식수 안전을 위해 지정된 팔당상수원보호 규제는 수십년간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주민들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각종 규제로 50년 전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남양주 조안면 일대(사진 왼쪽 마을)와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 양평 양수리 도심. 2025.7.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수도권 식수 안전을 위해 지정된 팔당상수원보호 규제는 수십년간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주민들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각종 규제로 50년 전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남양주 조안면 일대(사진 왼쪽 마을)와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 양평 양수리 도심. 2025.7.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습하고 무더웠던 2017년 7월30일. 남양주시 조안면에서 26세의 청년이 삶을 마감했다. ‘수사도 두렵고, 잘한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란 유서만 남았다. 고향인 조안면에서 작은 막국수 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와 단속에 부딪혔다. 벌금과 과태료, 영업중단 조치는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

그의 곁에 남은 건 독촉장뿐이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다시 찾은 조안면은 그날 이후 멈춘 듯했다. 편의점 세 곳이 들어선 것 외엔 이렇다 할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반면, 북한강을 사이에 둔 맞은편 양평군 양서면은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로 채워지며 도시화 하고 있었다. 똑같이 북한강을 끼고 있지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당시 양서면 일부 지역은 면 소재지로 제외돼 개발이 진행됐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은 1975년 남양주를 비롯 양평, 광주, 하남에 지정됐다. 이후 도로 하나를 두고 시간의 속도가 달라졌다.

조안면은 간단한 시설 하나 짓기도 어렵다. 전체 면적 50.70㎢ 중 42.4㎢가 보호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 주민들은 생계를 위한 기본적 인프라도 없이 여전히 단속과 처벌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팔당호에서 조안면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약국, 병원, 마트 같은 기본 생활시설을 찾기 어렵다. 도로변 노점에서 옥수수나 찐빵을 파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수도권 식수 안전을 위해 지정된 팔당상수원보호 규제는 수십년간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주민들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각종 규제로 50년 전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남양주 조안면 일대(사진 왼쪽 마을)와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 양평 양수리 도심. 2025.7.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수도권 식수 안전을 위해 지정된 팔당상수원보호 규제는 수십년간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주민들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각종 규제로 50년 전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남양주 조안면 일대(사진 왼쪽 마을)와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 양평 양수리 도심. 2025.7.27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한때 일부 원주민에게 음식점 운영이 허용될 수 있다는 제도 변화의 조짐에 기대를 걸었던 한 청년은 결국 삶을 놓았고, 주민들은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상수원 보호’라는 미명 아래 감내만을 요구받는 현실에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10월, 남양주시와 조안면 주민대표 3명은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헌재는 본안 심리에 착수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리는 진척 없이 멈춰 있다.

8년이 흐른 지금도 조안면은 그대로다. 단속을 받았던 음식점은 농자재 창고로 바뀌었고 일부는 고추밭이 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앞에는 여전히 문방구 하나 없다. 청년이 생을 마감한 그 자리도, 시간의 흐름을 거부한 듯 변함이 없다.

조안면 삼봉리 장은호 이장은 이렇게 말한다. “8년이 지나도 변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는 절박한 목소리는 결국 메아리로 남고 있어요.”

/이종우·이윤희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