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방치된 부지 ‘남동물빛놀이터’ 변신

최근 원도심 자투리땅 쉼터 조성 야심찬 추진

유휴부지 확보·한정된 예산에 어려움 겪어

보조금 모색… 최우선 가치에 ‘주민 삶’ 추구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따가운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절실하다. 열기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 오히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지난 7월5일 남동구가 문을 연 대규모 야외 물놀이장 ‘남동물빛놀이터’. 이곳은 개장과 동시에 그야말로 ‘핫플’이 됐다. 개장 첫 주말부터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전 예매가 순식간에 매진되고, 현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높게 뻗은 건물 사이에 곡선으로 길게 이어진 시원한 유수풀, 쉴새 없이 물이 뿜어져 나오는 물놀이터 위를 유유히 지나는 전철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색적인 매력이 많은 이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이 활기 넘치는 공간이 불과 얼마 전까지 애물단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남동물빛놀이터가 조성된 논현포대근린공원 제2유수지는 201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유아 물놀이장이 포함된 형태로 남동구에 이관됐으나 시설 노후화로 이용이 중단된 후 수년간 방치됐다. 이곳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흉물처럼 방치되고, 잡초가 무성해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이 공간에 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가치를 불어넣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인천 공공기관 최초의 대규모 가족형 야외 물놀이장인 남동물빛놀이터이다. 과거 모습을 알았던 이들에겐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 버려진 공간이 도심 속 푸른 오아시스가 되다니.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바로 남동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소규모 정원조성’ 사업이다. 원도심 내 방치된 자투리땅을 일상 속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신도심에는 녹지가 차고 넘치지만, 원도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좁은 골목길 옆으로 이어진 거칠고 낮은 담벼락이 원도심의 흔한 풍경이다. 원도심을 지날 때마다 늘 녹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마땅한 부지도 예산도 녹록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그때 ‘버려진 공간의 활용’이 답이 됐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빈번했던 자투리땅, 기능을 잃고 방치됐던 유휴 국공유지 등 도시의 골칫거리가 주민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구월4동 모래내시장 인근 작은 녹지대의 ‘모래내 쉼터’, 간석4동 마을 입구 버려진 삼각형 부지의 ‘삼거리 쉼터’ 등 지난 3년간 24곳의 쉼터가 만들어졌다. 가끔 주민들의 반응을 보러 들린다. 칙칙하고 어두웠던 동네가 활기차고 밝아졌다는 분들이 많다. 내년까지 6곳의 신규 조성이 예정돼 있고 더 많은 정원조성을 계획 중인데 부지확보와 예산은 여전히 큰 숙제다. 활용 가능한 유휴부지를 찾기 어렵고, 한정된 예산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선 정치권과 관련 부처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중앙 정부 차원의 공모 사업이나 보조금 지원, 유휴 국공유지 활용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모색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남동물빛놀이터와 원도심 소규모 정원은 버려진 공간의 활용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을 누리고, 공동체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집 앞에서 자연을 느끼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노인 비율이 높은 원도심에 조성된 작은 정원은 이웃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고독사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우리 동네를 스스로 가꾸고 돌보는 계기도 된다. 도심 속 대형 물놀이장은 멀리 가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원한 여가시간을 선사한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주민의 삶 깊은 곳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이란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정치와 행정을 경험하다 보면 거창한 구호나 전시성 사업이 아니라 주민에게 필요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종종 깨닫는다. 주민들의 작은 불편을 귀담아듣고,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행정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주민들 스스로 공동체 일원이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정치와 행정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 주민들의 행복이 최우선임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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