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유형 선발형학교 폐지 반대에
사교육 심화 있지만 자율화 될수록
해당 시장 성장 구조… ‘작년 29조’
尹정부 의해 막힌 ‘교육개혁’ 시도
‘일반고 전환’ 등 재검토할 시점
지난 정부 시절인 2024년 1월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전격 철회하고야 말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교육을 유발하고 고교서열화, 귀족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들 ‘선발형학교’를 2025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취소되고 만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다시 본격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반드시 이번 정부에서 이들 선발형학교에 대해 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이러한 선발형학교 폐지를 주장하는 주요 논거는 이들 학교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며 사교육 시장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기반한다. 이를테면 자사고 평균 교육비가 1천300여 만원이며 최대 3천만원 이상 소요된다는 주장이 있다. 기숙사비용까지 포함된 부분도 있지만 일반고가 무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산층 이하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입학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경제력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선발형학교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을 우선 선발함으로써 고교 체제 내에 수직적 서열화를 공고히 하고, 결과적으로 일반고의 황폐화를 초래하였다. 우수 학생들의 외고, 자사고 쏠림 현상은 일반고의 교육 분위기를 저해하고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꺾게 된다. 결국 고교 평준화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계층에 따른 교육 분리를 조장함으로써 공교육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까지 가능하다.
특수유형의 선발형학교들이 늘어나면서 초등과 중학교 단계의 사교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고교 입학을 위한 과도한 선행학습이 기승을 부리고 급기야는 ‘4세고시’, ‘7세고시’라는 기형적인 영유아 사교육시장까지 활성화시키고 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는 이들 특수유형의 고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거기다 교육의 자율화, 특성화 및 다양화를 지양하겠다는 취지의 자사고의 경우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국·영·수와 같은 입시 준비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교육의 다양성 증진보다는 ‘입시 위주 교육’을 심화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를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 중 하나는 자사고가 사라질 경우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대폭 확대되고, ‘강남 8학군’과 같은 특정 교육 특구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공교육 내에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필연적으로 사교육 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며, 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고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정책에서 특정 학교 유형을 폐지하거나 유지하더라도, 사교육 시장은 그 형태를 바꾸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작년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인 29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학교유형 다양화와 자율화를 강화할수록 사교육은 오히려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한국교육의 허리에 해당되는 중등교육단계에서 공교육의 이상을 훼손하는 제도가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헌법 3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고교는 보편교육의 단계가 되었으며 무상으로 국가가 제공하고 있다. 공교육 장면에서 계층에 따른 차별화와 불평등 현상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과 사회평등화의 꿈은 완전 접을 수밖에 없다.
이제 고교다양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시점에 도달했다. 2025년이 그 원년이라 생각했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원상 복귀시키는 바람에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시도하지도 못했다.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지난 20여 년의 고교다양화 정책이 갖는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문제의 근본을 치유하기 위한 작업을 과감하게 시작해야만 한다. 새로 임명될 교육부 수장이 챙겨야만 하는 매우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前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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