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Tipping)’의 저자 케리 시그레브는 16세기 영국에서 팁(Tip) 문화가 본격 시작됐다고 말한다. 당시는 귀족, 중산층, 농민 등 복잡한 계급사회였다. 지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극진히 대접한 하인들에게 약간의 돈을 줬다고 한다. 지극히 사적인 감사 표시다. 그러다 영국의 커피하우스에 팁박스가 등장했다. 주인장은 ‘To Insure Promptitude(신속함을 보장하기 위해)’라고 써놨다. 빠른 서비스를 원하는 손님들은 동전을 넣었단다. 일종의 급행료였던 셈이다.

“팁을 주고받는 사람의 관계는 주인과 노예 관계만큼이나 비민주적이다.” 미국 사회운동가 윌리엄 R 스콧은 유럽 귀족문화의 잔재라고 비난했다. 남북전쟁 후 미국 부자들의 유럽여행 붐이 일었다. 유럽의 서비스에 지갑을 연 부자들은 돌아와서 미 대륙에 팁 문화를 전파했다. 1860년대 조지 풀먼의 침대열차 사업도 영향을 끼쳤다. 흑인 짐꾼에게 형편없는 박봉을 주고, 팁으로 충당하게 만들었다. 자유와 평등정신을 강조했던 미국사회의 역설이다. 지금은 팁의 본고장 유럽보다 미국에서 뿌리 깊게 자리했다. 심지어 카페 키오스크에도 팁 버튼이 있을 정도다. 어딜 가나 청구되는 15~20%의 팁은 부담이다.

팁 문화의 한국 상륙시도는 다양하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서울 여의도 한 식당의 빨간색 팁박스 사진이 눈길을 끈다. 서울의 한 냉면집은 키오스크의 팁메뉴로 논란이다. ‘고생하는 직원 회식비 300원.’ 1년 전 추가한 메뉴가 뒤늦게 시끄럽다. “직원 복지를 왜 손님에게 전가하냐.” “팁 문화는 초반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이러다가 슬그머니 정착될까봐 불안하다.” 여론은 대체로 싸늘하다. 지난달 부천의 한 피자전문점은 ‘강제 팁’으로 도마에 올랐다. 2천원을 결제하지 않으면 주문도 할 수 없다. 가맹계약이 종료된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법적대응까지 예고했다. ‘친절히 응대 드렸다면, 테이블당 5천원~ 정도의 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느 장엇집의 문구는 노골적이다. 2023년 카카오T 택시는 ‘감사 팁’ 도입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서민들은 ‘팁 인플레’를 사양한다. 팁에 강제성이 생기면 폐습이 된다. 이미 골칫거리가 된 미국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한번 생긴 관습법은 금지법으로도 못 말린다. 한국사회에서 팁은 자발적인 배려에 머물러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