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펌프장·제방 설치 이후 변화
맹꽁이 서식 복합여가공간 탈바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구리는 여름철 집중호우에 취약한 도시였다. 한강과 왕숙천 사이에 자리한 지형 탓에 큰비가 오면 도심이 쉽게 물에 잠기곤 했다.
최근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 왕숙천을 따라 왕숙철교까지 약 8㎞를 걸었다. 세 곳의 습지 중 하나인 ‘수택지’가 눈에 들어온다. 지역의 오랜 수해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안내문에는 ‘수택리는 예부터 물이 많고 늪지대로 둘러싸여 ‘물택(水澤)’이라 불렸다. 범람원과 습지 영향으로 취락이 잘 발달하지 못했고, 일제강점기 큰 홍수 이후 마을이 더욱 축소됐다’고 적혀 있다. 현재 ‘수누피’라 불리는 수택2동 원수택 일대는 이름부터 ‘수늪이’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열악한 환경을 짐작케 한다.
‘디지털구리문화대전’에는 1925년 7월 두차례 태풍으로 한강유역에 20세기 최대 홍수가 발생, 왕숙천 물도 넘쳐 퇴계원에까지 덮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에도 수택동에는 1989년과 1990년 각각 8천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2001년엔 2명의 인명 피해와 주택 수십 채가 침수됐다. 2010년엔 토평지구 원룸 200여 채가 물에 잠겼다.
‘치수’가 매우 중요함에 따라 시는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수택빗물펌프장과 제방 설치 이후 변화가 나타났다. 2011년 7월 3일간 475㎜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앞선 피해때 강수량이 350㎜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무렵부터 여름철 수해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왕숙천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났다. 과거 수해의 잔해를 역이용해 조성한 습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인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방길은 자전거 도로, 산책로, 차도로 구분돼 있고 물놀이장과 무대, 그라운드골프장까지 갖춘 복합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재미난 점은 왕숙천이 인기있는 낚시터라는 점이다. 토평소수력 발전소 인근에선 참게를 잡는 이들도 많다.
이 하천길이 예로부터 관동사람들이 서울(한양)가기 위해 쓰던 길이었음도 주목할 만하다. 경북 울진의 평해읍에서 올라와 양평과 남양주 구리를 거쳐 한양에 당도하는 ‘평해길’의 마지막 지점이 왕숙천길이다. 이 하천 합수머리 부근에 있는 미음나루에서 구리역까지 하천을 따라 이어진다.
구리/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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