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1년 11월 23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대형 투자계획을 밝혔다. 테일러시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발표였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생큐 삼성”을 연발했고 백악관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삼성은 370억 달러를 투자했고, 공장은 내년에 가동한다. 공장을 짓고보니 생큐는 삼성이 해야 할 판이다. 완공도 안된 공장에 테슬라가 165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몰아줬다. 일론 머스크는 몇 배의 물량 발주를 예고했다. 대만의 TSMC에 밀려 파운드리 분야에서 고사 직전이던 삼성에겐 꿀 같은 단비다.
그 공장을 한국에 지으려 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SK하이닉스가 2019년 2월 발표한 용인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수 인프라 문제 해결로 지체돼 올해에야 겨우 착공했고 2027년 가동 예정이다. 그것도 총 4개 팹(공장)중 1개 팹 뿐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용인 이동·남사읍에 360조원 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계획을 밝혔다. 같은 해에 총 2천억 달러 대미 장기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20년에 걸쳐 텍사스주 테일러·오스틴시에 반도체 생산라인 11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29일 미국으로 날아갔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초읽기에 몰린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면 용인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 파운드리 생산과 연구·개발 거점의 미국 이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우리 정부가 마련한 ‘1천억 달러+α’ 협상안에 미국은 4천억 달러 투자를 고집한다. 정부는 ‘+α’ 확대에 재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3월 210억 달러 대미 투자 발표로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칭송을 들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도 30일 미국으로 날아갔다. 관세협상의 보도(寶刀)로 떠오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전령사로 김동관 한화 부회장도 미국 방산업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미 투자 보따리를 들고 갔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25% 관세를 일본, EU의 15% 수준으로 맞추지 못하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수출품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미국의 요구에 맞추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소고기, 쌀, 사과 등 농산물 개방 압력도 강력하다. 한국 경제가 관세협상 종료 이전과 이후로 갈리기 직전이다. 대한민국 경제 공동운명체 연대가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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