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못먹으니까” 아직도 개고기 찾는 어르신들
2027년부터 식용 목적 판매 금지
성남 모란시장 흑염소거리 ‘한산’
정부 유도책에도 일부 거센 반발
“소비 규제보다 업계에 유인책을”
30일 낮 12시께 찾은 수원시 내 한 보양식 전문점. 중복을 맞아 보신을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로 테이블이 순식간에 꽉 찼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내온 것은 대부분 개고기로 만든 보신탕이었다. 손님 오모(73)씨는 “당장 2년 뒤부터는 개고기를 아예 먹을 수 없다고 해서 친구들과 보신탕집을 더 자주 찾는다”면서 “20대부터 보양이 필요할 때마다 먹은 음식인데, 법으로 금지하면 앞으로는 몰래 먹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웃어 보였다.
정부가 ‘개의 식용 목적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을 시행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판매하는 것이 금지되면서, 그전에 개고기 맛을 즐기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식당에서 염소탕이나 백숙을 주문하는 손님은 보기 드물었다. 전날 준비한 500인분 식재료 중 70% 이상이 개고기였다. 30년째 보신탕 장사를 한 박모(68)씨는 “지난해 개식용종식법이 시행되면서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오히려 30% 넘게 늘었다”며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부터는 염소탕을 주로 팔아보려고 하지만,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라 매출이 떨어질 것 같아서 막막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 한때 보신탕 거리로 유명했던 곳에는 ‘모란흑염소특화거리’가 들어서 있었다. 상인들은 복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수십년 동안 개고기 장사를 하다가 2년 전 업종을 바꾼 김모(70)씨는 “개고기를 팔 때는 복날 하루 매출이 2천만원이 넘었는데, 지금은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모란시장은 개고기로 전통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흑염소탕 판매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개고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 등 각종 유도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원시민 곽모(73)씨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먹으면서 개고기만 다르게 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개 식용 금지로 오히려 사각지대에서 나쁜 방식으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법안 통과 이후 자리잡는 과정에서 생긴 과도기 현상으로 보인다”며 “보신탕의 소비 대상은 개고기가 익숙한 노년층인 만큼, 소비자를 규제하기보다는 업계가 공급을 중단할 유인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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