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국가유산청 사전영향협의 끝에

최대 16층까지 층수 제한 완화 결실

‘국가유산영향진단법’에 따라 진행

보물 제4호 중초사지 당간지주를 비롯한 국가유산과 인접해 개발에 발목을 잡혀온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안양박물관 인근 마을. 오른쪽 아래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중초사지 상층석탑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경인일보DB
보물 제4호 중초사지 당간지주를 비롯한 국가유산과 인접해 개발에 발목을 잡혀온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안양박물관 인근 마을. 오른쪽 아래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중초사지 상층석탑이 나란히 자리해 있다. /경인일보DB

국가유산(문화재) 규제로 발이 묶여 낙후된 마을로 남아있던(2024년11월11일자 1면 보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안양박물관 인근 마을의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경인 WIDE] 문화재 지키려다 '삭아가는' 안양 석수동 일대

[경인 WIDE] 문화재 지키려다 '삭아가는' 안양 석수동 일대

그늘도 컸다. 규제에 묶인 문화재 주변은 모든 것이 멈춘 채 낙후됐고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국가유산청이 새롭게 출범, '보존' 중심의 정책에서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주민들에겐 희소식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문화유산 주변지역의 실태를 살펴보고 문제 해결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한다. → 편집자주오래된 빌라와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선 마을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주민 대부분 70대가 넘는 노인들이었고, 마을 내엔 편의점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반지하를 낀 3층 빌라들 사이로 차가 지나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인도와 차도 구분도 없는 길에서 노인들 옆으로 택배 트럭이 위태롭게 지난다.1979년에 입주했다는 S연립주택은 45년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낡을 대로 낡았다. 벽면은 갈라지고 벽체가 떨어져 나가 곳곳에 철근이 보였다. 한 주민은 "콘크리트가 삭아서 이제 버티지 못해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건물이 기울고 있다. 살기가 힘들다"라고 했다.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런 모습은 조금만 마을을 벗어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마을 남쪽 개천 너머에는 2년전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마을 서쪽도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에워싸고 있다. 유독 이 마을만 하루하루 낙후되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안양박물관과 맞닿은 이 마을은 수십년간 문화재보호법에 발이 묶여온 곳이다.마을 바로 옆 안양박물관 입구에 보물 제4호 '중초사지 당간지주'가 서 있다. 인근에는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인 '중초사지 삼층석탑'과 '안양사지', '석수동 마애종'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의 3분의 2가량은 건축물의 높이가 최고 8m 또는 14m(평지붕 기준)를 넘을 수 없는 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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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의 신청으로 안양도시공사가 추진중인 공공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됐다.

안양시는 만안구 석수동 210번지 일원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에 대해 국가유산청과 사전영향협의를 진행한 끝에, 해당 부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층수를 최대 16층으로 완화하는 성과를 거둬냈다고 31일 밝혔다.

안양박물관과 인접한 해당 마을은 국가유산인 ‘중초사지 당간지주(보물 제4호)’를 비롯해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인 ‘중초사지 삼층석탑’과 ‘안양사지’, ‘석수동 마애종’ 등이 인근해 밀집해 수십년간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규제를 받아온 곳이다. 현재도 마을의 3분의2가량은 건축물의 높이가 최고 8m 또는 14m(평지붕 기준)를 넘을 수 없는 규제를 받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중초사지 삼층석탑 앞을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경인일보DB
안양시 만안구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중초사지 삼층석탑 앞을 주민들이 지나고 있다. /경인일보DB

이곳 주민들은 2013년 민간사업자와 손을 잡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규제로 인한 사업성 문제로 무산됐다. 그러는 사이 많은 건물들이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에 직면했고 규제에 의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문제도 여러차례 제기됐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3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안양도시공사에 공공재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신청을 냈고 시와 공사측은 공공재개발사업의 법적 요건 및 사업성 등을 적극 검토해 왔다.

이런 가운데 올해 2월 ‘국가유산영향진단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유산청과 ‘사전영향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시와 공사는 국가유산청과 3차례의 사전영향협의를 진행한 끝에 해당 부지에 최대 16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는 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규제 완화에 따라 해당 지역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사업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고 공공재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시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는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전환점이 마련된 것으로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주요 국가유산인 중초사지 당간지주의 조망권 및 주변환경을 보전할 수 있도록 국가유산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정비사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대호 시장은 “이번 사전영향협의는 주민 요구와 문화재 보존이라는 두 과제를 조화롭게 해결한 모범 사례”라며 “공공성과 실현 가능성을 갖춘 공공재개발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