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 경제부 기자
윤혜경 경제부 기자

“남들 다 하는 결혼,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본가에 갈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외동인 자식이 부모 사후에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 어린 마음에 꺼냈던 말이었을 테지만, 내게 결혼이란 단어는 ‘발작 버튼’이었다. 그 두 글자가 귀에 들릴 때면 “결혼 안 할 거니까 이젠 축의금 좀 그만 내세요”라는 퉁명스러운 답이 자동응답기처럼 재생됐다. 두 글자가 그렇게도 무겁게 느껴져 회피하고 싶었다.

황망하게 어머니를 먼저 보낸 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어머니가 영면에 드는 순간부터 납골당 안치까지 남자친구가 함께 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 영정사진 곁에서 함께 선잠을 자며 향불을 계속 붙였고, 멘탈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묵묵히 옆을 지켜줬다. 한때 발작 버튼이었던 두 글자가 안심 버튼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결혼 준비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웨딩 플래너가 소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카테고리별로 선택지를 여러개 주면 취향이나 예산에 따라 스드메 패키지를 결정하면 됐다. 플래너에게 받은 최종 계약 및 중도금 견적은 400만원 수준. 예상보다 저렴하게 스드메 패키지를 계약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추가금’은 변수였다. 드레스 투어 날에만 시착 비용으로 총 20만원 이상의 현금 지출이 발생했다. 예비 신랑의 턱시도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아 비용이 또 들었다. 스튜디오 촬영 때부터는 추가금 파티였다. 드레스 착용 도와주는 헬퍼, 머리를 손봐주는 헤어변형 비용이다. 촬영본을 앨범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추가금이 들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추가금이 새로운 ‘발작 버튼’이 됐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결혼 서비스 발전 지원 방안’을 통해 스드메 대책을 내놨다. 예비부부들의 비용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여전히 추가금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결혼시장의 깜깜이 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금은 예비부부의 발작 버튼이자 눈물 버튼이 될 수밖에 없다. 계약에 앞서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