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제 폐지’ 주제 문제 삼아

애꿎은 논란에 市, 대회 전격 취소

‘자유롭게 말할 권리’ 훼손 우려도

사진은 2015년 한신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오산시 전국학생토론대회’ 모습. /오산시 제공
사진은 2015년 한신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오산시 전국학생토론대회’ 모습. /오산시 제공

극단적인 정치공세만 일삼는 한국 정치가 결국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10년 넘게 만들고 가꿔 온 전통의 학생토론대회를 망쳤다.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올해 ‘오산학생토론대회’의 1차 리그가 때아닌 정치공세에 시달리며 무산됐고, 본 대회 격인 오는 11월 오산학생토론대회 개최 여부까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과 교사들은 이번 논란으로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사라져 애초의 토론대회 취지를 변질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10여 년을 이어온 토론대회가 올해 논란이 된 건 토론 주제 때문이다.

대회 전날인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신정훈 위원장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판하며 “오산시가 사전투표제 폐지 토론대회를 개최한다는 자료를 받았다. 미성년자인 학생에게 정치적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의 행정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하자 윤 후보자가 “오산 공교육의 장을 리박스쿨로 만드는 일이 아닌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사전에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후 애꿎은 정치논란에 휩싸일까 놀란 오산시는 대회를 취소했다.

청문회에서 문제 삼은 토론 주제는 ‘본 의회는 사전투표제를 폐지할 것이다’이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해당 대회의 주제를 선정해온 오산토론연구회는 “무지한 사람들이 결정한 이번 사태에 대해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기한샘 오산토론연구회장은 “주제를 선정할 때 시의성이 있어야 하고 찬성과 반대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또 연구위원들이 모의토론까지 진행한 후 적정성을 평가하고 신중하게 주제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제가 된 주제는 정책토론이라면서 “논제의 다양성을 다루면서 찬성과 반대의 논거를 모두 공부한 후 찬성과 반대 모두 입장에서 각각 토론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 치우친 토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문제 삼은 ‘폐지할 것이다’라는 부분 역시 저명한 토론대회에서도 활용하는 출제 방식이다. 기 회장은 “정책토론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실과 반대되는 서술을 주제로 놓고 찬성과 반대 양측에서 당위성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해당 대회에서 줄곧 출제해 왔던 방식이며 실제로 ‘일시적으로 횡재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이다’ 등으로 출제됐었다.

하지만 토론주제가 정치적 논란이 된 만큼 주제 선정 시 양 극단의 정치 공세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 회장은 “세상에는 빨강색과 파랑색만 있는 게 아니다. (연구회와) 논의해봐야겠지만 이 주제를 출제할 때 정말 모두가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논란이 일면서 11월 대회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와관련 시는 “오랫동안 전통있게 운영해온 대회의 취지에 훼손되는 비판들이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11월 대회 등 향후 개최여부는) 교사, 학생들이 원하면 시는 충분히 지원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