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없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사진은 화성시의 한 축사에서 농장주가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2025.7.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미 관세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없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사진은 화성시의 한 축사에서 농장주가 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2025.7.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미 양국이 31일(미국시간 30일) 관세협상안에 합의했다. 미국이 1일부터 한국에 적용할 예정이던 잠정관세율 25%를 15%로 인하했다. 한국은 그 대가로 미국에 3천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결정했다.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주 내 한·미 정상회담을 예고했다. 이로써 비상계엄 및 탄핵과 대선 정국으로 미국발 관세전쟁을 지켜봐야만 했던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정상 간 소통도 재개됐다.

우리가 허비했던 시간과 새 정부에게 주어진 촉박했던 협상 일정을 감안하면 관세협상 타결 내용은 우리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정의 법인세 인상·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 처리를 반대했던 경제6단체도 관세 타결을 환영했다.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가 “우리의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혁신 역량·시장을 결합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대미 교역규모가 우리의 몇 배인 EU(6천억 달러)와 일본(5천500억 달러)에 비하면 대미 투자펀드 3천500억 달러가 과하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설명대로 한미 조선협력 펀드 1천500억 달러는 일반 투자펀드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생태계 복원을 한국에 맡긴 셈이다. 조선협력은 기업에게는 미국 조선업을 주도할 기회이자 정부에게는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할 장기적이고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한미 무관세 무역구조가 15% 관세시대로 전환된 사실 자체는 한국 경제에는 큰 격변이다. 관세 무역구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전후방 효과는 상당할 테고 적절한 정책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 각 분야에서 예기치 못한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 3천500억 달러(486조원) 대미 투자가 국내에 미칠 영향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한 프로젝트에 쓰일 펀드다. 그의 임기 중에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기업들이 단기간에 미국 투자에 집중할 경우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생산, 연구·개발, 일자리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양국 정상이 직접 발표한 협상 타결안이지만 정상회담에서 최종 확정될 때까지 유동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방에 합의했다는 농산물에 대해 우리 정부는 쌀 추가 수입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은 방어했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트럼프의 주장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지는 정상회담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관세협상 타결 직후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안보 및 경제동맹인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나라의 현실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다. 정상회담에선 실리를 챙기고 국내에서 관세 무역 시대에 조응할 실용적 대책 수립에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