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규정 생겨 이전 건축 제외

기계실 착각, 대피로 안내도 부실

31일 오전 11시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옥상 출입문이 잠겨 있다. 2025.07.31/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31일 오전 11시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옥상 출입문이 잠겨 있다. 2025.07.31/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광명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 대피하던 주민이 숨지는 등 공동주택 화재(7월31일자 인터넷 보도)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매년 반복되지만, 화재 대피시설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노후아파트는 옥상 출입문을 잠그는 등 여전히 화재 사각지대를 두고 있다.

광명 아파트화재 사망자 모두 5명까지 늘어…“의식불명 1명 위중”

광명 아파트화재 사망자 모두 5명까지 늘어…“의식불명 1명 위중”

전신 화상을 입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광명 아파트 화재 사망자는 모두 5명으로 늘었다. 화재 당시 3명이 숨진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치료를 받던 80대 주민 B씨가 사망했다. B씨는 화재 당시 숨진 60대 남성의 어머니인 것으로 파악됐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47812

31일 오전 11시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꼭대기층으로 올라가자 옥상 출입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긴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출입문 주위를 둘러 봤지만 열쇠 등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30대 A씨는 최근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화재 경보를 듣고 대피하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지만 출입문이 잠겨 있던 것이다. A씨를 비롯해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가까운 옥상을 뒤로 한 채 계단을 따라 1층까지 내려가야 했다. 그는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불이 났다면 어쩔뻔 했느냐”며 “고층 주민들은 사실상 화재 대피로가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행법은 옥상에 광장 등 대피 시설이 있으면 개방하고, 해당 시설이 없더라도 열어 둘 것을 권고하지만, 현장에서는 추락 사고 등을 우려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공동주택 옥상 출입문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신설 전 지어진 노후 아파트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18일 오전 찾은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 건물 외벽은 전날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옥상까지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 2025.7.18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18일 오전 찾은 광명시 소하동의 아파트 건물 외벽은 전날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옥상까지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 2025.7.18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다른 건물도 화재 시 대피가 어려워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파트 최상층에 올라가 정면에 보이는 문을 열자 밸브가 들어선 기계실이 나왔다. 별도 대피 방법을 안내하는 문구나 픽토그램이 없어 화재로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선 주민들이 혼란을 빚을 수 있는 구조였다.

앞서 지난 2020년 11명의 사상자를 낸 군포 아파트 화재에서 고층에 거주하던 주민 2명이 최상층에 있는 권상기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권상기실 문을 옥상 출입문으로 헷갈리게 만든 아파트 환경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동개폐장치 규정을 소급 적용할 경우 주민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계 기관에서 지원금 지급 등 설치 유도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또 아파트 구조에 따른 정확한 대피 방법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내가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