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면하고 관세 15% 합의

인천·경기 주요 산업계 일단 한숨

日·EU 동등, 불확실성 제거 긍정

FTA 제공 ‘車관세 0%’ 혜택 종료

타격 불가피… 부품사 피해 우려도

바이오·반도체 “한시름 놔” 중론

美 정부, 한국 ‘최혜국 대우’ 약속

최후 보루인 쌀·소고기 지켰지만

합의 ‘빈칸’에… 타품목 개방 경계

한국과 미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합의하면서 자동차와 제약·바이오·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인천·경기 지역 주요 산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기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미국에 수출해야 할 상황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부두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2025.7.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부두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2025.7.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25% 피한 것은 다행이지만…’ 자동차·자동차 부품 업계

자동차 업계는 25% 관세를 면하며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가 일본, 유럽연합(EU)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자동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어진 데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 FTA가 제공하던 한국산 자동차 관세 0% 혜택이 종료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4월2일부터 미국 정부가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올 상반기 인천지역에서 수출되는 자동차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2%나 줄어든 16억6천900만달러(2조3천215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크지 않은 자동차 부품 업체의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5%보다는 낮아 위안을 삼지만, 성공한 협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지엠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업계는 수출을 아예 포기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최혜국 대우 약속했지만…’ 바이오·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이번 관세 협상에서 반도체의 관세 부과에 대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인 반도체에 대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이미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등 미국 내 생산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HBM과 개선 제품인 HBM3E 출시를 앞두고 대미 수출 등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경쟁 업체들과 같은 수준이라면 큰 걱정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도 하반기 중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제품 모든 기종에 최초로 LTPO OLED 패널을 탑재하기로 결정된 데다, 중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효과 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관세 리스크는 여전하다. 디스플레이업계는 미국 고객사와의 계약 구조 변화 가능성 등을 검토 중이다. 품목별 관세가 확정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인 이유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정부는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고 정부 협상단은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지역 제약바이오 업계는 품목별로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천지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의약품은 9억7천800만달러(약 1조3천617억원)로, 전체 의약품 수출 금액의 28.2%를 차지했다. 인천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관련 관세가 확정되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의약품 관세는 2주 이내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없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사진은 화성시의 한 논에서 농부가 예초 작업을 하고 있다. 2025.7.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미 관세협상에서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없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사진은 화성시의 한 논에서 농부가 예초 작업을 하고 있다. 2025.7.3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쌀·소고기 품목 제외에 안심하는 농업계…세부 내용 살펴봐야

‘최후의 보루’였던 쌀과 소고기를 지켜냈지만, 인천·경기지역 농업계 시선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일부 농민들은 이번 합의의 ‘빈칸’이 다른 품목 개방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쌀·소고기 외 농축산물 개방 합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협상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농축산물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양측의 엇갈린 입장 속에 일부 농민들은 쌀·쇠고기를 제외한 콩, 옥수수 등에서 미국산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과채류 검역 절차 완화 등 추가 개방 압박에 정부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의 검역 완화 요구를 수용하면 사과 등 과거 심사가 중단·정체됐던 품목이 이른 시일 내에 국내 시장에 들어올 길이 열린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검역 기준을 통과하려면 5~10년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된다”며 “추후 검역 조치 완화 정도에 따라 국내 과채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민주·유진주·김지원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