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증상 매우 일반적·비특이적

기운없고 무기력·주변 관심 줄어

코티솔 부족땐 수분 섭취량 감소

알도스테론 없을땐 탈수 더 심화

쿠싱증후군 치료과정서도 나타나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지난번 칼럼까지 부신피질 기능 항진증에 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왔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기본적인 내용을 복기해보자면 부신피질은 ‘코티솔’이라고 불리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알도스테론’이라고 불리는 염류 코르티코이드를 분비한다고 하였다.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은 부신피질의 기능이 저하되어 코티솔과 알도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든 상태를 말한다. 물론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코티솔만 부족해진 경우도 있으며 두가지 호르몬 모두 결핍되는 경우도 있다. 코티솔만 부족한 경우는 비정형성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으로 분류한다.

이제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첫번째이자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을 들 수가 있다. 이는 면역체계에 오작동이 일어나 자신의 부신을 제거 대상으로 오인하여 공격하게 됨으로써 발생한다. 이로인해 부신이 손상되며 결과적으로 코티솔과 알도스테론의 분비량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 외에도 드물게는 진균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이 감염되어 부신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고 외상, 출혈, 종양 등의 원인으로 인해 부신에 물리적으로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다가 갑작스럽게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금단현상으로 2차적으로 부신기능 저하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중단할 때에도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의 증상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초기 증상은 매우 일반적이며 비특이적인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쉽게 지나치기 쉽다.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지며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러한 것은 보호자가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경향이 있다.

특히나 어려서부터 덩치가 작고 소심한 개체에서는 이런 증상이 성격 탓으로 오해되기도 하여 조기진단이 어려워 이런 강아지들은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랜 시간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코티솔’은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고 ‘알도스테론’은 혈액 내 나트륨과 칼륨 등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고 체액과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부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신체를 늘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능력인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여 몸의 균형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무기력, 식욕저하, 활동감소, 탈수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코티솔이 부족하면 식욕이 점점 떨어지고 수분 섭취량도 줄어들어 몸 안의 수분은 부족해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알도스테론까지 부족해지면 전해질 균형이 깨지게 되면서 몸 안의 수분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게 되면서 탈수가 점점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병이 진행되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탈수는 심각한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다.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 필연적으로 점진적인 혹은 급격한 체중감소가 나타나게 된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저혈당과 더불어 저체온 그리고 심박수가 느려지는 서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갑작스러운 쇼크나 혼수상태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상태를 애디슨 크라이시스(addison crisis)라고 한다. 이때는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쿠싱증후군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수술이나 약물 치료 등으로 급격하게 부신의 기능이 저하 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위기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쿠싱증후군의 치료시에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러한 애디슨 크라이시스가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부신피질 기능 저하증의 진단과 치료, 예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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