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펴는게 아니라 품는거야
작가로 활동중인 최지혜 관장이 2014년 국내 최초 그림책 전문 도서관 문 열어
‘산·들·숲길·숲’ 이름 붙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 읽고 편안한 시간
즐기는 방법 무궁무진… 누구에게나 필요한 쉼표 제공 “찾아오겠다는 마음 중요”
바람은 숲속을 휘휘 돌며 온 세상 이야기를 들려줘요. 솔잎을 간질이며 소곤소곤, 도토리를 어르며 속살속살.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둘 책으로 태어나요. “와 숲 도서관이다!”(후략…) <그림책 바람숲도서관(최지혜·김성은 글/김유진 그림·책읽는곰 펴냄)>
강화도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과 덕진진을 지나 굽이진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그림책 한 장면처럼 산자락 아래 얌전히 자리 잡은 한 건물이 눈에 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인천시 강화군 덕진로159번길 66-34)이 바로 그곳이다. 책장을 넘길 듯한 상쾌한 바람이 살랑이고, 나무들이 속삭이듯 인사하는 이곳은 그 이름처럼 바람과 숲, 그림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지금처럼 많은 이들이 그림책을 즐기기 전인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 전문 도서관으로 문을 열었다. 운영자인 최지혜 관장은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부평기적의도서관 등에서 근무한 경력을 지녔으며,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바람숲도서관은 그림책이 예쁜 얼굴을 내밀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곳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도서관 벽면 전체가 전면 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서가에서 책을 꺼내지 않아도 그림책의 표지를 하나하나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그림책 속으로 빠져든다. 어른이라 해도 이를 피해갈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지난 2일 바람숲도서관을 찾았다. 신발을 벗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산’, ‘들’, ‘숲길’, ‘숲’이라 이름 붙은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는 벽에 기대고, 누구는 계단에 앉고, 또 다른 이는 빈백에 누워 그림책을 감상했다. 그림책보다 고양이에 더 관심 있는 꼬마 손님들은 책방 고양이 ‘소금’과 ‘설탕’과 놀고 있었다.
어디에 있든, 이곳은 누구에게나 편안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다. 도서관 내부 공간을 산·들·숲길·숲으로 구분해 부르는데, 편하게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계단식으로 된 열람 공간을 ‘들’, 계단 꼭대기를 ‘산’, 계단 옆 공간을 ‘숲길’, 비밀 정원처럼 아늑한 분위기가 나는 계단 밑 공간을 ‘숲’으로 구분했다. 들과 산에는 일반 창작 그림책과, 책방 지기가 고른 주제가 있는 그림책들이 배치되어 있고, 숲길에는 시 그림책과, 인권·평화, 인물, 역사·문화·전통, 지리, 환경, 과학 책이 정리돼 있다. 숲속에는 동식물, 곤충 등 자연생태와 음악·미술분야, 영유아 관련 도서와, ‘팝업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한 꼬마손님에게 이곳 도서관 최지혜 관장이 그림책 읽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최 관장이 추천하는 그림책 감상법은 이렇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읽고 싶어지는 그림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림책이 나타나면 그림책을 뽑아들고 편안한 마음이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된다. 그다음 고른 그림책의 표지를 가만히 손으로 쓰다듬는다. 그리고 두 손으로 감싸듯 그림책을 가슴에 가만히 안아본다. 그러면 왼쪽 가슴이 ‘콩콩콩’ 뛰는데 그걸 가만히 느껴본다. 그리고 그 다음에야 그림책을 펼친다. 그림책을 펼쳤다고 해서 벌써 읽어나가면 안된다. 눈보다 먼저 손으로 그림책을 읽는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종이가 주는 느낌을 천천히 손으로 쓰다듬고 만지며 느껴본다. 이렇게 하고 나면 평소보다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 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제 다시 글과 그림을 책 제목부터 천천히 눈으로 읽어갈 차례다. 그림책 속 글뿐 아니라 그림도 나에게 말을 건다. 그 말들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렇게 읽으면 보통 그림책 한 권당 10분~15분이 걸린다. 최 관장은 “마음이 아픈 분들, 무엇인가 욕심이 나고, 빨리 무언가 이뤄내야 하는 급한 마음이 드는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독서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손님들이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은 크게 네 곳이다. 그림책도서관과 북카페, 도토리 갤러리, 숲속 놀이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북카페 건물에 마련된 북스테이에서는 원한다면 책방에서 묵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바람숲도서관을 찾아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곳 신안나 사무국장은 “찾아 오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면서 “망설이지 말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자유롭게 즐기다 가면 된다”고 말한다.
우선 제일 처음 해야 하는 것은 예약을 하는 일이다. 주말에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외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네이버 예약’에서 오전 오후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오후에는 2시부터 5시까지 머물 수 있다. 예약을 마쳤다면 예약된 시간에 찾아와 머물다 가면 된다. 책을 봐도 되고 그냥 앉아서 쉬어도 된다. 배가 고프면 간단한 음료와 피자, 빵을 즐길 수 있다.
도서관 내부가 답답하다면 그림책 한 권 들고 산으로 올라가도 좋다. 그물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어도 되고 그네 의자에 앉아 경치를 감상해도 좋다. 조용한 숲길을 걸어도 좋고 도서관 마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도 된다. 이곳을 즐기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매번 전시 주제가 달라지는 그림책, 푹신한 방석들, 그림책에 둘러싸여 조용히 숨 고를 수 있는 공간. 여기선 누구나 치유를 얻는다.
“그림책은 꼭 아이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마음의 쉼표입니다. 마음이 우울하거나 힘을 얻고 싶을 때 우리 바람숲그림책도서관으로 오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이 얼굴을 내밀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원하는 그림책이 보이면 손을 내밀어 책에게 손만 내밀어 보세요. 토닥토닥 마음에 위로를 선물할 거예요. 세상이 너무 빨라졌어요.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요즘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을 간과하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원하는 그림책 한 번 안아보세요.”
(…전략)여기는 바람숲 도서관!/수많은 꿈,/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새로운 친구들,/온 세상을 만날 수 있지요.
<그림책 바람숲도서관(최지혜·김성은 글/김유진 그림·책읽는곰 펴냄)>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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