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군사분계선 일대 설치한 대북확성기 철거를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에 나서자 접경지 마을 주민들은 일제 환영했다.
파주 통일촌의 청년회장 박경호씨는 “극한의 남북 확성기 대치로 주민들은 생활을 넘어 생존의 고통까지 겪어왔다”며 “정부 차원의 의지로 이렇게 큰 변화가 찾아와서 다행이고, 갈등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대통령과 정부가 평화 분위기를 이끌어 달라”고 희망했다.
국방부는 이날 접경지 대북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군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6월11일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이튿날인 12일부터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멈췄다.
확성기 중지 이후 평온을 되찾은 파주 대동리 주민들도 정부 추가 조치를 반겼다. 박영진 대동리 마을 이장은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끈 뒤 밤늦도록 이어진 대남 방송이 멈춰 동네가 한결 평화로워졌다”면서 “영농활동을 비롯해 주민들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확성기 철거는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북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난 정부 당시 남북 확성기 대치로 밤낮없이 고통받아 온 접경지 주민들의 호소도 정부가 전격 철거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시하며 “북한 소음 방송으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 온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파주 통일촌을 찾아 주민들의 애환을 청취한 바 있다.
확성기 철거는 수일 내 이뤄질 전망이며 북한이 이번 조치에 호응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이경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일 내로 (철거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는 고정식과 차량에 실어 운용하는 기동식이 있는데, 이번 철거 대상은 20여 개의 고정식 확성기 전량이다. 다만 국방부는 이번 철거 조치가 북한과 협의를 거친 사안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우리 군 당국은 “확성기를 일부 정비하는 모습이 있었고 철거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북한 군의 동향을 설명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 조치에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방마저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모습에 참담하다”며 “대북 확성기 철거는 제2의 오물풍선과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방적 자진 무장해제는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자해행위가 될 수 있다”며 “이 정부는 부디 선을 넘지 말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조수현·이종태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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