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최근 기흥호수를 산책하며 심각한 녹조 현상을 목격했다. 짙은 녹색으로 변한 호수와 코를 찌르는 악취는 인근 주민들에게 건강 우려까지 안겨주고 있다.

기흥호수의 녹조 문제는 단순히 지역적 현상이 아니다. 호수 인근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와 집중호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우천 상황에서 공공연한 관행처럼 이뤄진 일부 축산농가의 액비 무단방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액비에는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가 다량 함유돼 호수의 부영양화를 가속화하고 녹조 대량 번식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다행히 우리는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 문제를 해결할 기술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발생한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도 존재하지만 이는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미봉책일 뿐이다.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인 영양염류 유입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첫째, 영양염류 유입 차단 기술을 가졌다. 하수처리시설 고도화를 통한 질소·인 제거율 향상 기술, 농경지 및 도시 유출수 같은 비점오염원 저감을 위한 인공습지와 초기우수처리시설 등의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다. 축산분뇨의 경우 단순 폐기를 넘어 퇴비·액비·바이오가스·고체연료 등으로 자원화하는 기술들이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청양 칠성에너지와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는 축산분뇨 처리와 동시에 에너지 생산, 고품질 비료 제조를 통해 농가에 공급하는 모범적 사례다.

둘째, 호수 내부 수질 개선 기술이다. 물의 체류시간 단축과 흐름 개선을 위한 댐 운영 방식 개선, 수중 산소 공급용 인공순환장치, 특정 녹조류 섭식 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제어 방식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돼 현장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적 해결책이 존재함에도 녹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제도적 의지의 부재와 실행력 부족 때문이다. 축산분뇨 공공처리시설 설치 시 발생하는 주민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배출지역 내 처리’ 원칙 하에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시설의 필요성과 친환경성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상생 모델 구축을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

안정적 재원 확보 및 과감한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축산분뇨 처리시설 구축에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환경 개선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우천시 액비 방류 같은 불법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대신 정부 부처간 협업으로 농가들이 분뇨를 적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공공처리시설 확충, 처리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인구 밀도가 높은 경기도는 축산농가와 생활하수 배출량이 많아 수질 오염”에 더욱 취약하다. 따라서 타 지자체의 성공적인 축산분뇨 자원화 및 처리시설 사례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역에 맞는 도입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흥호수의 녹조는 우리 삶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경고신호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기술적 해결책을 적극 도입하고 실행한다면 수도권이라는 특성상 홍보효과는 매우 클 것이며 전국 각지의 수질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흥호수가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명소가 되길 기대해본다.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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