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 보유해 쉽지 않아

‘5·18 정신’ 전문 수록 반대할 가능성 높아

경제민주화·영토·동성애 등 충돌할 수도

본격 개헌 논의 얼마나 합의 이뤄낼지 의문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헌법이 개정된 후 38년이 지났지만 국가 구성의 골간인 헌법은 한 자도 바뀌지 않았다. 직선제 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와 언론 등 두루 확립되어 있다. 우선 권력구조 변경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의가 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되고, 헌정사가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불행한 대통령들의 과거를 경험했다. 이러한 권력사의 굴곡이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만 연유하는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권력집중적인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 별로 이견이 없다. 다음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도 보수진영에서도 반론이 거의 없다. 다음이 국민의 기본권 조항을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내용과 경제 관련 조항이 있고, 자치분권 관련 조항을 명확히 하는 문제들이 개헌의 내용이 될 것이다.

제헌절에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중심개헌’의 대장정에 힘있게 나서 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5·18 민주화 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국민기본권 강화, 자치분권확대, 권력기관 개혁도 개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대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내세웠고 개헌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구조 변경만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제시한 바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애당초 개헌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

개헌은 국회 재적 3분의2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비록 소수야당이지만 개헌 저지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국힘의 이념지향과 극우세력과 단절 못하는 태도로 볼 때 윤석열 정권이 약속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개헌은 대통령 임기 초에 추동해서 여권이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시기를 못 박는 게 중요하다. 개헌이 워낙 거대담론이기 때문에 개헌 논의가 한 번 정치이슈로 등장하면 블랙홀이 되는 건 기정사실이다. 개헌 논의는 정파와 정치인 개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권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그룹이 의지를 갖되 개헌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실질적으로 서로 다른 견해들을 조정하는 정치력이 필수다.

그러나 좌우 이념에 따라 시장주의를 강조하는 측과 노동권 강화를 주장하는 반론들을 조정하기도 난해하다. 헌법 제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손보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헌법 내 장착되어 있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경제민주화 조항이 이론적으로 충돌하는 면도 분명히 있다. 영토조항도 마찬가지다. 기본권과 관련하여 평등권 확대를 동성애 인정으로 확대 해석하는 보수 개신교계 등의 특정 집단의 주장도 일반론과 충돌할 수 있다.

권력구조 역시 4년 중임제 대통령제에 대해 거부감이 적지만 국회 추천 총리제와 대통령의 권한 분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의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부딪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한 미래세대의 행복추구권 역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개헌 당위성과 별개로 개헌 논의가 형식적·당위적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다면 얼마나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는 이유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1차 시한으로 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지만 3대 특검이 연말까지 지속되고, 지방선거 공천과 여야의 극단적 대치 상황에서 시한을 지킬 수 있느냐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항상 정치적 갈등과 이슈는 있기 마련이다. 민생 역시 언제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다. 한국정치의 불가측성과 휘발성을 감안할 때 언제 어떤 이슈가 돌발할지 모른다. 게다가 강성 집권당 지도체제의 출현, 국민의힘의 퇴행적 수구화 등은 극단세력의 대치를 강화시키면서 개헌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한 정국 이후에 정기국회가 열리고 내년엔 지방선거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될 때마다 개헌은 의제에서 멀어졌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는 항상 그래왔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