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를 근간으로 성장해온 인천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조성된 지 40년이 넘은 인천지역 노후산단의 고도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이런 위기감을 인식하고 있지만, 신사업 전환을 위한 투자나 경쟁력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인천 지역 제조업의 미래 신사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지역 제조업이 현재 처한 위기와 암울한 미래가 모두 담겨있다. 인천지역 제조업체 182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3%가 주력 사업(제품)의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성숙기(포화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26.9%는 ‘쇠퇴기(시장감소)’에 접어들었다고 답했으며, ‘성장기(수요증가)’와 ‘도입기(시장 초기)’라고 말한 비율은 각각 15.9%, 3.9%에 그쳤다.
이 같은 ‘레드오션’ 시장에서 제조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응답 기업의 56.9%는 주력사업(제품)이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사라져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생산제품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있지만 인천 제조업체의 절반가량은 신사업 등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을 대체할 신사업을 착수하지 않거나 검토하지 않은 기업’은 50.8%나 됐다. 신사업에 대한 확신 부족(35.8%)과 자금 등 경영사정 악화(24.2%)가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는 못하고 있는 게 인천 제조기업들이 처한 현재 상황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인천 제조업 실태는 국내 제조업계가 모두 똑같이 직면한 위기이기도 하다. 구조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는 노후산단에서 만들어진 경쟁력 없는 상품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자금이 없는 기업에서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는 사치나 다름없다. 결국 인천을 포함한 국내 전통 제조업이 몰락의 악순환에 갇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조 기업인들과 정부, 자치단체 모두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첨단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전통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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