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봉담읍 야산 무분별 훼손

길 만들고 ‘숲길’ 팻말까지 꼽아

복원 통보 받은 토지주 ‘억울’

“인근공원 운동하는 이들 의심”

A씨 부친의 선산에 무단으로 맨발걷기길이 조성되면서 묘소 근처가 훼손된 모습. /A씨 제공
A씨 부친의 선산에 무단으로 맨발걷기길이 조성되면서 묘소 근처가 훼손된 모습. /A씨 제공

경기 북부에 사는 A씨는 최근 화성시 봉담읍 한 야산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가 충격적인 모습을 마주했다. 봉분 앞에 맨발로 걷는 길이 조성된 것이다. 묘소 근처에는 길을 내기 위해 잘리고 베인 나무들이 뒹굴었고, 곳곳에 ‘봉담 맨발 숲길’이라고 쓰인 팻말이 꽂혀 있었다.

묘비 바로 앞에는 오르내리기 쉽도록 철계단도 설치돼 있었다. 곧장 화성시와 경찰에 관련 내용을 알렸지만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흔한 CCTV도 없는 산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 범인을 특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A씨는 “28년째 매년 성묘하고 있는 부친의 선산이 훼손됐다”며 “시에 민원을 제기하자 몰래 선산에 찾아와 팻말, 철계단 등 길을 만든 흔적을 지우고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공원이나 숲에서 맨발로 걷는 운동이 유행하자 이처럼 맨발 걷기 길이 우후죽순 무법적으로 조성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맨발 걷기 길이 퍼져나가며 관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설상가상으로 훼손된 현장을 직접 복구하라는 안내까지 받았다고 한다. 부친의 묘소가 소재한 야산은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개발제한구역은 벌목이나 훼손이 제한되고, 적발 시 시정명령 등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A씨는 “계단을 만들기 위해 흙을 깎아낸 지점 근처에 있는 소나무가 넘어지면서 부친 봉분을 덮쳤다”며 “애먼 피해를 입었는데도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까지 지라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화성시는 개발제한구역 무단훼손으로 발생한 일이라 절차에 따라 토지주에게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서 산책로 조성을 위한 무단 벌목 등 불법 사항을 발견했기 때문에 관련 법과 행정 절차에 따라 토지 소유자에게 조치를 내렸다”며 “훼손 당사자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본 행정 절차인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사전 통지하는 형식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와 화성시는 무단으로 길을 조성한 맨발걷기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근 공원에 있는 맨발걷기 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근처에 있는 야산까지 올라 길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가 관리하는 땅이 아닌 사유지에 무단으로 길을 만든 것이고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마주영·김학석기자 mango@kyeongin.com